영화를 통해 알아보는 공포
*작성일 : 2025년 9월 23일
공포란 무엇인가?
공포는 ‘겁’ 혹은 ‘두려움’과 유의어로,
인간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위험한 느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쓰기의 주제인 공포와 관련해서,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순간과 그 이유를 살펴보고,
관련된 영화를 통해 이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한다.
일단 공포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1. 진화론적 공포
2. 사회적 공포
3. 심리적 공포
그 첫 번째인 진화론적 공포는,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과정에 있어, 위험이 될 만한 상황이나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계속적으로 살아있음과 나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는 데 있으며,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할 때 직감적으로 위험함을 느끼는 것이다.
(갑자기 머리털이 우수수 빠지면, 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
사실 우리가 공포스럽게 느끼는 상황은 대부분 자신의, 혹은 나의 소중한 것들의 존재가 위협받을 때이다. 눈앞에 맹수가 있을 때, 4살 딸이 차도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을 때 그리고 갇힌 공간에서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온몸에 공포감이 차오른다. 이는 어찌 보면 우리 자신의 경보 기능이며, 계속 잘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알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쥐라기 공원, 1993>을 보면 이 진화론적 공포를 잘 느껴볼 수 있다. 인간의 오만함과 과학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해 쥐라기 시대의 공룡들이 부활하고, 이들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그들을 불러낸 인간을 되려 공격하여 생명을 빼앗고자 한다.
그중 좀 살만하다 싶으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랩터들과 존재 만으로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하는 티라노사우르스는 관객들로 하여금 생존에 대한 본능을 자극해 엄청난 공포감을 불어넣는다. 관객은 마음을 졸이며 살아남고자 하는 염원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을 때, 아직 뛰고 있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의 기원>에서,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 성공적일 때 비로소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진화론적 목적에 맞게 세팅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과 번식이 어려워질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며, 되려 공포감까지 느낄 수 있다.
두 번째인 사회적 공포는 집단 혹은 종교적 특수로 인해 발생한 후천적 공포이다. 이는 특정 문화가 형성한 집단 규범과 금기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한다. 따라서 기독교도들에게 있어 불신지옥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회적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특정 지역에서의 미신으로 인한 기형적인 의식들은, 외지인에게는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비칠 수 있다.
본능적인 이유가 아닌 후천적 학습과 교육으로 인해 만들어진 위험한 상황들이, 그 분위기 속의 개인들에게 있어 공포감을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고 통제가 가능한 공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봤을 때 특정 집단의 결속력 및 지도층의 권위 유지를 위해 이러한 사회적 공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2015>는 이러한 사회적 공포와 그 폐쇄적 특징이 주는 위험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단 김고은의 악령에 빙의된 연기는, 관객에게 하여금 본능적인 공포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김윤석, 강동원 두 사제가 사이비 종교의 비밀을 파헤쳐 그 실체가 드러날 때, 관객은 본인이 속한 집단 혹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불안과 초조는 사회적 혹은 종교적인 공포감을 자아낼 수 있다.
마지막은 심리적 공포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유형으로 어떤 일반화가 어려운 유형의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릴 뻔한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도 생명의 위협을 주는 맹수로 느껴질 것이다. 또한 이전에 어느 밀폐된 공간에 갇힌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몇 초간의 엘리베이터도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번 기회로 처음 본 영화 <블랙 스완, 2010>은 이러한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감정 불안을, 보는 이에게 있어 상당히 공포스럽게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니나는 엄격한 부모 밑에서 완벽주의의 강박으로 형성된 인물이다. 그녀의 흑조가 되는 과정은 너무나도 불안하고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수준으로 전개된다. 또한, 뭔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장면들은 관객에게 있어 계속적인 불안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니나의 강압적인 주변 상황들 속에서, 그녀의 내면의 불안함을 좇는 관객은 니나에게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감정들을 개인적인 것으로 느껴지며, 그녀의 위태로운 행보에 개인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자기 자신을 경쟁 상대로 착각하고 자해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공포스러우면서도 약간의 해방감을 주는 듯한 양가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할 수 있는 공포, 이게 바로 개인적인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공포’라는 장르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지만,
나름 다양한 장르의 공포를 내포한 영화들을 잘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누가 공포 영화를 즐겨 보냐고 물어보면,
되려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어떤 종류의 공포를 이야기하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