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리뷰]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

영화 줄스 (2023)와의 공통점에 대한 고찰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2월 8일


※ 이 글은 각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약 살롱이 아니었다면 감히 시도도 못할 고민으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읽는 내내 잔인하고 스릴 넘치며 그 결과까지 참혹한 소설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와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고 우리 주변의 소외 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영화 ‘줄스(2023)’의 공통점을 찾으라니.


이 또한 창의력 향상을 위한 연습이라 생각하고,

다소 억지스럽지만 그래도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줄거리


일단 소설의 주인공이자 크라이스트처치의 유명한 연쇄살인마인 조는 낮에는 경찰서에서 청소일을 하지만, 밤에는 항상 살해의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그는 바보인 척 연기하며 경찰서의 여러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살인을 더 교묘하게 저지른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다른 살인범에게 자신의 모든 범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그 과오가 탈로 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노인 밀턴은, 어느 날 자신의 집의 뒷마당에 UFO가 떨어지고 거기서 외계인 '줄스'를 만나게 된다. 이로 인해 밋밋하고 지루했던 삶에 생동감이 생기며, 외계인이라는 비밀과 이에 대한 보안 유지라는 임무로 그들의 일생은 하루가 다르게 팽팽해진다. 결국 줄스는 소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우주로 돌아가게 된다.




공통점 1. 비밀스러운 위험


일단 조의 살인도구와 줄스는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일단 조의 칼, 총과 같은 살인 도구는 타인에게 있어 비밀이다. 그렇게 크게 신경 써서 숨기지도 않지만, 만일 그것을 타인에게 들켰을 땐 곧바로 살인이 일어날 정도로 위험한 물건들이다.


이는 줄스도 마찬가지다. 일단 외계인은 그 존재만으로 인류에게 있어 매우 위험한 존재라고 여겨질 수 있다. 어떤 위험한 능력과 그보다 더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공통점 2. 모순적 특성


또한 모순적이고 대비적인 모습들이 비슷하다.


행동이 느리고 모두에게 친절한 조는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살인사건의 전문가들만 모여 있는 경찰서에서 대놓고 일하며, 그런 경찰들을 마치 조롱하듯 뻔뻔하게 행동한다. 그 안에는 연쇄살인범이라는 큰 반전을 숨기고 말이다.


이는 줄스도 마찬가지다. 줄스는… 일단 귀엽다. 처음에 밀턴의 뒷마당에 착륙했을 때 마당에 엎드려 있는 자세부터 매우 어리숙한 어린아이 같다. 생김새와 크기도 미취학 아동 수준이고, 눈동자는 매우 순수해 보인다. 행동도 다소 수동적이고 조심스럽다. 데스노트의 류크처럼 사과만 먹는 것도 왠지 지켜주고 싶은 귀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줄스는 샌디가 강도로부터 위험에 처했을 때 그 강도의 머리통을 터트려버린다. 심지어 머리를 푸른빛으로 물들이며 매우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이는 반전이며 모순적이다. 어떻게 영화의 3분의 2 이상을 그렇게 수동적이고 귀엽고, 심지어 노인네들의 소소한 고민이나 들어주던 10세 소년 같던 줄스가 그렇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겉으로는 어리숙하고 부족하지만 밤만 되면 악랄하게 살인을 저지를 조의 모습이 어쩌면 평상시에는 귀엽고 소심하지만 불시에 상상도 못 할 힘으로 사람을 죽이는 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줄스가 우리 사회에서 규정한 도덕과 규범과는 다른 사고를 하는 외계인이었다면, 펜실베이니아의 모든 사람의 머리통을 날려버릴지 누가 알겠는가?


공통점 3. 생동감과 활기(?)


한편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조의 살인과 줄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회색 빛의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익숙한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연쇄 살인은 마을에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하지만, 그만큼 생동감과 긴장감을 주는 듯하다. 사람들은 이를 뉴스와 신문을 통해 확인하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권력은 더 분주히 뛰어다닌다.


줄스의 존재도 이와 비슷하다. 매주 의회에서 똑같은 의견을 던지고 똑같은 TV 프로그램만 보며 지루하고 반복적인 생활을 이어 나가던 노인들에게 있어, 줄스의 불시착은 그들에게 있어 신선한 공포와, 한편으로는 평소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앞으로 영화 줄스를 보기 전 관람객들은,

언제 귀여운 줄스가 돌변하여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전 세계 인류를 학살하는,

마치 인류의 청소기와 같은 모습이 될지 걱정하며 영화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 리뷰] 공포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