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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옐로 페이스

R.F 쿠앙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2월 13일



단순한 범죄/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출판 업계와 작가들의 심리상태를 직관적으로 묘사한 한 폭의 인상주의 그림 같았다.


친구 아테나의 죽임 이후부터 시작되는 주인공 준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정서를 정말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준이 언제 사고를 칠까 싶은 불안 심정으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기껏해야 읽은 책에 대한 리뷰정도 쓰고 있는 나에게 있어,

글을 쓰는 행위와 그 업계, 그리고 작가들이 느낄 수 있는 심리와 걱정들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곳 맨 앞줄에, 살아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환영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기엔 너무나 진짜 같고 현실적인 모습이었다. 특유의 진녹색 숄을 걸치고서 호리호리한 몸을 숙인 채 앉아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니 가늘고 연약한 어깨가 한층 우아해 보였다. 그녀는 플라스틱 접이식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며 윤기 흐르는 레게 머리를 어깨너머로 넘겼다. 아테나였다. – 118 페이지

주인공 준의 1차 불안 증세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의 줄거리의 대부분은 이러한 준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1인칭의 시점에서 세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한다. 마치 내가 준이 된 것처럼, 진실이 탈로 날까 계속 걱정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테나에 대한 죄책감과 진짜 자신의 이야기라는 자기 최면의 사이에서 점점 정신 이상과 환시, 그리고 비이상적 행동은 강한 긴장감과 뭔가 큰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아테나는 내 이야기를 훔쳤다. 확실했다. 내가 내 입으로 말한 그 이야기를 훔친 것이다. 그리고 아테나는 자기 경력을 위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것을 저질렀다. 솔직히 말하면, 혹시라도 내가 복수심을 품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입 닥쳐”라고 말하고 싶다. – 285 페이지

예술에 있어 모방과 표절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예술가는 외부 환경이나 자극을 통해 받은 영감을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최종 작품화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재능이 만일 쓰는 것이라면 글로, 멜로디라면 곡으로 그리고 그리는 것이면 그림으로 말이다. 외부 영향 없이 자기 본연에서 나오는 영감만으로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준만 표절한 것이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 내용에 따르면 아테나도 준의 많은 이야기를 본인의 소설에 녹여냈다. 그 어떤 허락이나 허가 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모방이나 표절이 아닌 것인가?


물론 어느 정도 완성된 초안을 수정만 하여 출판한 행위는 다소 명백한 표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외부 자극과 영향을 내재화하여 재표출하는 것에 있어서, 그 정도에 따라 표절인지 재해석인지 판가름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나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하거나 내가 겪은 일에 관해 묻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조사당한다는 생각, 아테나가 나를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 384 페이지

아테나의 전 남자 친구 제프리 또한 이러한 아테나의 이야기 소재거리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아테나의 주변인들은 모두 진정한 인간관계라기보다는 부족한 장착의 한계를 해소해 준 수단이리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테나가 친구인 준이나 남자친구인 제프리를 이용만 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안에서 우정과 사랑을 느끼긴 했으니까. 결국 아테나의 진심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정당성의 유무는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약간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연예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대중들을 의식하고 악플에 시달리며,

성공과 관심에 목말라하는 작가들의 심리와 출판 업계의 특수한 룰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는가? 혹은 글을 썼는데 유명세가 따라왔을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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