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약탈하는 법_대릴 커닝엄
*작성일 : 2024년 12월 25일
시장에 대한 자유와 통제는 미시경제학 내 가장 대립되는 두 가지 경제 이념이다.
학부시절 노트에 매일 P와 Q의 직선들을 그리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알아서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장인데, 왜 정부가 여러 가지 개입을 시도하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시장 경제의 저변에 정치적 방향성이 기인함을 이야기한다. 시장을 신봉하고 시장의 메커니즘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자유주의 사상은, 그 시장을 지배하고 상대적으로 자본과 정보가 많은 기득권의 보수 성향에 기인한다. 반면, 이러한 기득권의 시장 통제로 인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단체들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진영에는 진보 성향이 깔려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 마비를 일으켰고, 그 시작에는 미국 자본가들의 비이성적인 자유로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자유와 통제는 상황에 맞게 그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하며, 정부는 그 중심에서 민간의 발전이 필요한 시기에는 자유를, 과격하고 위험한 투기가 난무하고 빈부격차가 정도를 지나치는 경우에는 통제를 통해, 국가 경제를 원만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소설의 끝 부분에 이르면 우리가 보통 악으로 간주하는 ‘이기심’이 사실은 인간의 가장 선하고 중요한 미덕이고, 반면에 이타주의는 개인을 집단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책략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 28 페이지
이 책은 아인 랜드라는 미국의 자유주의 신봉자를 소개하며 경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랜드는 개인주의만이 절대 선이며, 이 개인주의를 방해하는 통제와 이념은 모두 악하다고 주장한다. 이 말의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왜 이러한 생각이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러시아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혁명당원들에게 그녀 가족의 사유 재산을 모두 빼앗긴다. 결국 사회주의적 운동이 본인이 기득 한 많은 것들을 앗아간 것이다. 이러한 유년의 상처에서 나온 사상이 ‘적극적 개인주의’다.
이 세상의 창의적 인재들, 즉 세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발명, 예술, 사업 지도록, 과학 연구 등에서 새로운 발상을 활용하지 못하게 정부가 막는다면? 그들이 재산을 세금으로 빼앗기기를 거부하고 더는 일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파업한다면 어떻게 될까? – 44 페이지
랜드의 개인주의를 뒷받침하는 예시들이다. 이 예시들에는 많은 허점들이 있다. 일단 정부는 천재들의 국가 발전적 활동을 막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주도하는 천재들이 조세로 인해 그들의 일과 활동을 멈출 일도 없다. 그리고 그 모든 활동은 국가가 제공하는 국방, 생활 인프라, 치안 등의 서비스가 있어야 진정으로 잘 실행될 수 있다. 언제 연쇄살인마에게 습격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과학자들이 편히 연구하고, 작가들이 태평하게 글을 쓰겠는가?
자기가 주창한 경제체제에서 다수가 희생하여 몇몇 사람만 부유해진다는 사실은 랜드에게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아무런 제약 없는 자유시장경제 자본주의는 무능력한 빈곤층이 자신의 게으름으로 자초한 결과를 책임지는 도덕체계였다. 살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 가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온당하다. – 76 페이지
평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기득권은 노력 없이 태어날 때부터 많은 정신적 그리고 물질적 지원을 받는다. 또한, 풍족한 교육을 통해 더 많은 부와 지성을 축적할 능력을 갖는다. 다만, 빈민층의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정환경이 불우해 어려서부터 정신적, 물질적 핍박에 시달려야 하고, 교육받지 못해 본인의 재능과 자질을 찾을 수 조차 없다.
평등은 그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는 온전히 노력할 수 있는 동일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그 속에서 개인의 노력의 차이에 따라 자본과 물질이 분배되어야 한다. 출발선부터 다른 상태에서 노력을 운운한다면, 이는 올림픽 정신에 심각히 위배되는 이념이다.
세계 3대 신용등급기관으로 대게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레이팅스, 무디스를 꼽는다. 이런 회사들은 은행의 의뢰를 받아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 일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다. 은행은 등급을 매기는 기관에 큰 금액을 지급한다. 따라서 돈을 내는 고객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 112 페이지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파생상품의 과대평가 과정을 보여준다. 개인의 주택을 담보로 시작된 대출의 위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파생상품은, 그 태생이 위험에 상당히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은행은 이 상품을 값비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평가기관을 매수하여 부실상품을 우량상품으로 둔갑시킨다.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해지면, 결국 와르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은 은행업계에 자금을 투입하고 부실 자산을 사들여 은행의 부채를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따라서 국회의 감독이나 사법심사 없이 미국 국민의 세금이 금융업계의 엄청난 무능력과 부정행위를 덮는 데 사용되었다. – 130 페이지
1997년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를 떠올리기 하는 내용이다. 결국 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자유로운 시장에서 금융업계는 통제 없이 날뛰었고, 그 결과는 경제 마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금융업자들의 만행의 기반은 일반 국민들의 대출과 주택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가는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세금을 통해 금융권을 지원하여, 국민들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금융업자들은 이렇게 얻은 국가지원금을 또 본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하게 되고, 사법기관에 대한 로비를 통해 또 자연스럽게 법적 구속에서도 벗어난다.
이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속 유아인의 대사를 통해 부각된다.
"그들은 무조건 IMF로 갈 겁니다. 그리고 있는 자들을 위한 새 판 짜기를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죠, 너희들의 과소비와 지출이 이러한 위기를 자초했다고."
우파는 여전히 자유시장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며,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금융위기를 유발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간섭주의에 따른 법과 규제기관을 완전히 폐지해야만 시장이 진정한 가치를 되찾고 모두가 부유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외면한다. 지난 30년간 자유시장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기업의 자유로 이어졌다. 과거에 수없이 환경을 오염하고 약자를 수탈하고 억압해 온 그런 자유 말이다. – 149 페이지
금융업계는 본직적으로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자본과 돈이 곧 철학이며 종교이다. 따라서 통제가 필요하다. 이 통제는 단순히 큰 정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의 개별적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자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이런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왜 있겠는가? 월가와 여의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파생상품 개발과 거래를 감독하고, 제제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그 많은 자본의 근원은 제1금융권이며, 이는 일반 국민의 피땀이 녹아든 예금, 적금 그리고 연금이기 때문이다.
진보주의는 모험가다. 생활 방식을 선택할 때나 자기표현을 할 때 실험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것과 다른 관점과 가치관에 대해 관대하다. 보수주의자는 성실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일에 대한 열성, 질서, 균형을 높이 평가하고 예측대로 일정에 맞춰 행동하기를 좋아하며 시간을 잘 지킨다. – 166 페이지
진보와 보수의 성향적 차이를 보여주는 실험의 결과이다. 나의 성향은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까운 듯하다. 일에 진심이고 편향보다는 균형을 선호하다. 그리고 계획과 예측을 중요시 여겨 회사에서 일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진보적 성향 또한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더 큰 발전과 성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두 가지 성향의 장점만을 뽑아 진정한 완성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사회 규범 약화했다. 마약, 개인주의, 자기 통제력 약화가 결합하여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범죄율이 1990년대까지 멈추지 않고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살인율은 지난 100년 사이 가장 높아졌다. 강간, 폭행, 강도, 절도 등 다른 주요 범죄도 급증했다. – 180 페이지
사회적 진보와 통제 약화에 대한 부작용을 보여준다. 자유방임은 개인의 자유와 표현에 날개를 달아 주었지만, 완벽하지 않은 개인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었다. 결국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이 필요하다.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유럽 국가들이 걸어가는 길의 종착점에는 대부분 국민이 거대 기업과 최고 부유층에 경제적으로 예속된 현실이 있다. 부도덕한 자본가들을 통제해야 할 민주주의 정부는 부패했거나 사라져 간다. – 228 페이지
경제 위기를 교훈 삼아, 시장 경제에 있어 무조건적인 자유주의의 위험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은 정보 비대칭이 가장 심한 분야로, 이에 대한 국가의 강한 통제와 감시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IMF가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사회의 모든 계층이 힘을 모은 시민운동은 여러 차례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 활동이 없었다면 아동노동법도, 보편적인 공립교육도, 환경보호법도, 여성참정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종차별, 노예제도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사회운동들은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기득권이 철통같이 변화를 가로막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시대였지만, 그들은 성공했고 세상을 바꿔놓았다. – 232 페이지
현재 여성의 정치 참여와 노예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생기기 전에는, 이것들은 절대 바꾸지 못할 관행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고 인식한 인류는, 많은 피땀을 흘리며 잘못을 바로잡아 왔다. 따라서 지금 우리 또한, 무엇이 잘못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지성을 길러, 잘못된 상황을 타인에게 전파하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공부하는 이유이며, 학습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소위 말하는 중도 우파의 정치성향을 가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신문은 조선일보가 가장 익숙했고, 부모님도 대부분 보수정당의 인물들을 지지하셨다. 따라서 나도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사고와 변화보다는 유지 쪽으로 사고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수많은 교육의 기회와 책들을 통해 진보적 생각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무엇이 정의이며 평등인지 고찰했고, 많은 철학자들의 정의를 학습하며 나만의 철학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결국 진보와 보수 또한 이념적 흑백 논리라고 생각한다. ‘합리성’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모든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통제가 혹은 자유가 필요할 것이고, 가장 적합한 판단과 행동을 통해 사회 전체의 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