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

동주야

by 락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일하게 외우는 시는 윤동주의 ‘서시’이다,

내가 읽기만 하면 눈물이 차오르게 만들어 버리는 유일한 시는 문익환 목사의 ‘동주야’이다.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는 동갑이며 절친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벗을 넘어서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사이였다.

윤동주(1918~1945)는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이며, 항일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투옥되며, 송몽규 등과 함께 생체실험을 당하여 그렇게 보고 싶던 독립을 몇 달 앞둔 1945년 29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문익환(1918~1994)목사는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에 평생을 바치고 고초를 겪었다.


배우 문성근은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다.

문성근은 무르팍도사에 출현하여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먼저 간 벗들(윤동주, 장준하)에게 항상 마음에 빚(부채의식)이 있다고 하셨다.

장준하도 당대 박정희 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을 이끌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문익환 목사가 59세에 첫 투옥된 이래 1994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생애 마지막 18년 가운데 11년 반을 감옥에서 보낸 까닭이며 아래는 나의 눈물버튼인 문익환 목사의 ‘동주야’라는 시이다.


동주야 - 문익환-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 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으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히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쿠오카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 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문익환의 ‘동주야’에 윤동주는 아래의 ‘서시’로 답한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를 잘 모르지만 시는 읽는 게 아닌 건 같다.


시는 나의 깊은 내면과의 조우이며


시는 음미이다.


W. 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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