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해지자 봄꽃들이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을 따라 만발한 노란 개나리꽃을 보니 이번 주말에 계획에 없었던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봄나들이에 앞서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 두고 가벼운 옷차림에 화사함을 더해줄 화장품을 사러 드럭스토어를 찾았다.
드럭스토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 외에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를 말한다. 외국에서는 단어 그대로 의약품(drug)도 파는 잡화점처럼 보급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 규제가 까다로워서 의약품보다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위주로 판매한다. 요즘에는 드럭스토어 대신 헬스 앤 뷰티(health&beaty) 스토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나들이 시즌에 드럭스토어에서 알바를 했다
드럭스토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다양한 색조 화장품들이 눈에 띈다. 주요 매출이 뷰티에 관련된 제품이기에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장 입구에 진열한다. 의약품도 거의 팔지 않으면서 드럭스토어가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일반 화장품 가게보다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직접 테스트해 보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장품 테스트용 제품들 상태를 확인하면서 다 쓴 상품들을 교체하고 더러워진 부분을 닦았다. 그다음 진열대마다 상품 재고를 확인하고 물건이 팔린 빈자리를 채워 넣는다. 한정된 진열대에 다양한 상품이 진열될 수 있도록 빽빽하게 나열한다. 진열대 공간이 부족해서 진열하지 못한 물건들은 진열대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 서랍에 들어가지 않는 부피가 큰 물건들은 계산대 뒤에 있는 창고에 종류대로 분류해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상품 정리 중에 고객 문의가 있으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일순위로 응대하는 게 원칙이다. 대부분이 찾는 상품의 위치를 묻는 고객이지만 종종 상품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데요. 여기 에센스와 로션을 같이 써야 할까요?”
그때까지 스킨케어 제품이 스킨로션 외에 여러 종류가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에센스와 로션이 주요 성분은 비슷한데 농도의 차이라는 정도만 알아서 같이 써도 되는지 둘 중 하나만 써도 되는지 몰랐다.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화장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원분이 오셔서 도움을 요청했다.
“스킨케어 종류를 이부자리로 설명드리면 스킨은 바닥에 까는 요이고, 로션은 일반 이불, 에센스는 솜이불 같은 거예요. 고객님의 피부타입에 따라 하나만 쓰셔도 되고, 다 같이 쓰셔도 돼요.”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신 직원분은 더 나아가 손님께 어떤 피부타입인지 묻고 계절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지 꼼꼼히 이야기해 주었다. 충분한 설명을 듣고 만족한 구매를 마친 손님이 돌아가고 난 뒤 어떻게 그렇게 잘 설명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예전에 어떤 손님이 똑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저도 대답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화장품 종류를 찾아보고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그냥 팔기만 하는 것보다는 기왕이면 손님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잘 팔고 싶었거든요. ”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스스로 노력하게 만든다. 잘 못한다고 쉽게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일지라도 거기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고서 상품의 얼굴인 상표가 앞으로 보이도록 하는 페이스업 작업을 했다. 종류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물건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진열대의 높이부터 상품의 위치까지 어떻게 하면 물건을 잘 팔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말은 열심히 했다는 말이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