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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Mar 14. 2024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시식 판매 알바


 뜨거운 햇볕 아래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무더위지만 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러 나섰다. 마트 입구에서 쟁반 가득 아이스커피가 담긴 작은 컵을 하나씩 나눠주며 시식을 권하고 있었다. 목마르던 참에 마신 한 모금의 달달한 커피는 쇼핑 목록에 없었던 커피 한 상자를 장바구니에 넣게 만들었다.


 시식 판매는 제품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음식을 조금 내어놓고 판촉 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맛을 알지 못하는 제품은 잘 구입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신제품을 출시할 때 시식 판촉을 많이 한다. 여름휴가 시즌에 맞춰 새로운 맛을 출시하게 된 과자 시식 판매 알바를 했다.  


 시식 판매 경험이 없어서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시식 준비가 단순한 과자를 선택했다. 면이나 만두 등 조리가 필요한 제품들은 조리도구 관리 등 준비과정이 복잡해서 어느 정도 시식 판매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하신다. 판매할 제품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으면서  일반 판촉 행사와 달랐던 부분은 음식을 다루는 일이기에 무엇보다 위생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상세한 위생 규칙에 따라 앞치마와 모자,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시식대와 쟁반을 닦았다. 일인용 책상 크기의 시식대는 시식 준비를 하는 작업 공간과 고객들에게 음식을 내놓는 공간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시식대가 협소한 건 상품이 진열된 매대 옆에서 행사 때만 임시로 판촉 하기 때문이겠지만 오히려 준비 과정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어서 손님들이 위생에 신뢰를 가지고 시식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로운 맛 샌드과자 포장을 벗기고 네모난 과자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종이 포일을 깐 쟁반 위에 간격을 두고 놓는다. 준비 과정은 간단했지만 음식을 내놓고 테이블에 흘린 과자부스러기를 닦아내고, 다시 시식을 준비하고 동시에 고객 대응까지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과자도 일정한 크기로 깔끔하게 잘라야 해서 외워두었던 판촉 멘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과자 자르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아직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준비 속도가 더뎠다. 어느새 시식을 기다리는 줄까지 생기자 마음만 급해져서 허둥지둥 대며 손님이 하는 질문에 답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같은 브랜드의 초콜릿 시식 판매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오셔서 대신 고객응대를 해주셨다.  


“급한 거 없으니까 다치지 않게 천천히 해요.”


 아침에 인사를 나누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라며 자기소개를 하셨는데 시식 판촉만 십 년 넘게 하신 베테랑이셨다. 잠시 손님이 뜸해진 때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시식 권유를 했다가 몇 번 무시당하고서 의기소침해 있을 때도 첫날인데잘하고 있다면서 응원해 주셨다.  


“나도 처음엔 손님들에게 인사도 못했어요. 요리하고 청소하고 주부로서 평소에  하던 일이라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일로 하려니까 어렵더라고. 이 일을 시작한 첫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아가였을 때 첫걸음마를 떼기까지 참 어려웠고  잘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수천번은 넘어졌었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지켜봐 준 누군가가 있었다.


 주말 동안 시식 판매를 진행했고 그다음 주말이 되자 시식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고객응대가 가능해졌다. 처음부터 다 잘 해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일단 하나라도 잘하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나갔다. 옆에서 베테랑 아주머니가 잘하고 있다 격려해 주신 덕분이었다.

 그 이후로 처음 해보는 일에 서툴러도 조급해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일에든 처음은 있고 그 시작은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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