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그 두 글자가 남긴 것

by 심연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강우는 정말,

엄마 껌딱지였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라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방 불안해했고,

그림을 그릴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심지어 씨름 같은 몸싸움까지도

항상 엄마와 함께 하길 원했다.


그땐 그게 조금 귀찮기도 했고,

버겁기도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었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땐 몰랐다.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 줄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강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렇게 수다스럽던 아이가

조용해졌고,

늘 엄마 손을 찾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내 손을 피해 갔다.


어느 날,

아들 방에 들어가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강우야, 뭐 해?

엄마랑 놀까?”

그때 돌아온 말.

단 두 글자.

“나가.”


그 짧은 말이

왜 그렇게 아팠는지

그땐 몰랐다.

무시당하는 것 같고

괜히 자존심이 상했고,

괜히 마음이 쿡 찔렸고,

‘내가 애를 잘못 키웠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정말 쉽다.

그날 이후로

아들 방에 들어갈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말.

“나가.”


그 방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세상을 키우고 있는지,

엄마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사춘기 아들의 방은

점점 닫힌 문이 되었고,

그 문은 나와 아들 사이에

무너뜨릴 수 없는

하나의 벽이 되어갔다.


문 앞에 서서

괜히 문손잡이를 잡았다 놓고,

한 번 더 노크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날들이 쌓였다.


그 아이 마음의 색깔이

어떤 색인지,

요즘 그 아이 마음속 날씨가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없다는 게

엄마에게는

생각보다 더 아픈 일이었다.


수많은 날들을 고민하고

심란해하고 인내한 끝에 나는 깨달았다.


“나가”라는 말은

엄마를 밀어내는 말이 아니라,

자기 혼자 서 보려는

첫 번째 연습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말을 들으면 조용히 문을 닫는다.

그리고 문 밖에서

한 번 더 서성이다가,

아무 일 없다는 척

거실로 돌아온다.


한때 내 분신같이 껌딱지이던

아들은 그렇게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래도 괜찮다.

“나가.”

그래, 나갈게.


대신

그 방에서

더 단단해져서,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배우고,


언젠가

스스로 그 문을 열고

나에게 걸어 나올

그날을 기다릴게.


엄마는

그 문 밖에서

언제나,

너를 향해 열려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