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가는 비행기 안에서
14시간의 비행...
분명 여행을 좋아하고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는 나인데...
참 길고 길다.
아마도 아이가 혼자 견디며 갔을 그 시간이 겹쳐 보여서 그럴 수도, 앞으로 계속 몇 번이나 혼자 오가야 할 이 여정이 안쓰러워일 수도.
그래서 오늘따라 14시간이 참 버겁다.
분명 아이의 출국일부터 손꼽아 기다린 날인데
분명 오랜만에 만날 생각에 한참이나 설레어야 하는데
계속 올라오는 울음이 삼키느라 애를 썼다.
아이가 혼자 지내는 공간으로 간다는 게 궁금하고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다.
차마 몰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을 감정의 무게가 자세히 알수록 더 무거워지고 아플까 봐...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 깊이 그리워질까 봐 두렵나 보다.
이제 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넘어야 할 큰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나서야 알았다. 국내 운전면허증을 안 가져온 것을. 순간 멘붕이 왔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방법이 없어 그냥 비행기를 탔다. 면세구역 내내 들고 다녔던 돌덩이 같이 무거운 기내용 짐 두 개를 선반에 올려놓고 해방되었던 시간도 잠시, 이제 다시 어깨에 메고 입국 심사대를 지나 30킬로가 넘는 짐 3개가 보태지면 혼자서 5개를 가지고 렌터카 셔틀 타는 곳까지 가서 렌터카 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셔틀을 타고 가서 국내 운전면허증 문제를 해결하고 차를 픽업할 수 있느냐의 아주 중대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다. 우측핸들 운전 고민이 산 같았는데 차를 빌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문제 앞에서는 그런 고민은 너무나 사치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픽업이 안된다면 빠르게 고속버스를 예약해야 하는데 14시간 전 2 좌석 남아있었는데 과연 자리가 있을지, 없다면 가능한 버스 경로를 다시 찾아봐야 한다.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가기에는 짐이 너무 많아서 무리이고
최악의 상황에는 택시도 고려해야 한다. 운전면허증을 안 챙겨 온 와이프에게 잔소리할 만도 한데 남편은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본인이 열심히 벌테니 얼마가 들던 택시를 타고 가란다. 그래도 당황하고 무너졌던 마음이 이 말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물론 내 선택은 결코 아닐 테지만.
런던에 아는 사람도, 지인도, 연고도 없다.
히드로 공항에서 기숙사까지는 차로도 3시간 거리다.
대중교통도 아주 드문 이 나라에
이제 10분 후면 나는 이삿짐 같은 짐들과 덩그러니 내려진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가야 한다.
내 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