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가는 길
아이의 하프텀 브레이크에 맞춰서 약 열흘간 영국을 다녀왔다.
9월 초, 걱정되지만 믿었기에 아이를 혼자 영국으로 보냈다. 그때 아껴둔 기회를 학교와 기숙사를 둘러보고 아이가 필요한 물건을 갖다주고 같이 여행다니면서 시간을 보낼 계획으로... 어쩌면 이 일정을 기다리고 준비했던 덕분에 아이가 비우고간 시간과 공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이민자 가방 2개에, 보냉가방 1개를 각각 30kg으로 맞춰서 채우고 보조가방에 간단한 1박2일 내 짐만 챙겨서 비행기를 탔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컨베어벨트에서 수화물을 내릴 때도, 카트에 짐을 몽땅 실고 밀다가 가방이 굴러 떨어질 때도, 렌터카 셔틀을 타러 가는 경사로에서 카트가 기울어져서 안밀릴때도, 렌터카 셔틀버스에 오를 때도, 렌터카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도, 트렁크에서 내릴 때도 정말 곳곳에서 많은 손길의 도움을 받았다. 첫인상부터 영국 신사분들께 무한 감동! 여러손길 덕분에 무사히 100kg의 짐은 딸의 방까지 Safe!
우핸들 렌터카를, 늦은 밤에, 고속도로 2시간을 달려서, 혼자서 몰고 간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딸의 기숙사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 루트가 보이지 않았다. 혼자 가져갈 짐도 너무 많고...
고속도로 간판 작은 괄호 안의 남, 북 글자 차이를 몰라서 같은 루트 3번을 반복해서 겨우 빠져나왔던 외에는 한국시간 새벽 운전의 졸음도, 좌핸들의 두려움도 오매불망 엄마 언제 오냐는 딸의 기다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모녀 상봉의 감격을 누릴 새도 없이 밤 10시에 기숙사 방에 짐을 옮겨놓고 아이를 태워서 근처 호텔로 향했다. 이미 11시.
아이가 샤워하는 동안 그녀를 기다리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자는게 무섭고 외로울까봐 현지 이케아에서 생활소품을 주문할 때 몰래 끼워서 주문한 강아지 인형. 품에 꼬옥 안고 기뻐하던 그 아이를 이제서야 만났네! 혹시나 필요할까 챙겨보낸 내 슬리퍼는 아이와 한몸처럼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고 있단다. 외로웠을 내 아이와 늘 함께해준 고마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