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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세 모녀의 가을여행

걷고 싶었던 런던의 거리

by 오후의콘파냐

조식을 든든히 먹고 체크아웃 후 다음 호텔까지 캐리어를 밀면서 걸었다. 청소년들과 여행을 하면 좋은 점은 넘치는 체력 덕분에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 남편과 왔으면 분명 택시를 타고 이동할 거리지만 유럽의 돌길도 그녀들과 함께라면 캐리어 밀면서 충분히 걸을만했다. 초등학생 때 호주여행을 할 때도 쪼리 바닥이 닳을 정도로 우리 셋은 그렇게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Hilton London Metropole

체크인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짐을 맡겨놓고 라운지에서 당일 뮤지컬 할인티켓 구입에 도전! 큰 딸은 결제창에서 막히는 바람에 둘째와 내가 성공해서 구한 티켓 2장은 아이들이 가기로!

라운지에 너무 신기한 커피 기계를 발견! 아이패드로 메뉴 고른 후 커피 농도, 우유양, 온도 등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을 하고 나면 수전에서 커피가 나온다! 심지어 커피맛도 아주 훌륭하고. 런던 메트로폴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다소 산만한 시장분위기 느낌을 제외하면 나름 라운지, 식당도 괜찮고 룸도 양호한 편. 전날 패딩턴은 인도계열 직원이 많았는데 메트로폴은 아랍계열 직원이 많았다. 시내와의 접근성이 좋아서 위치도 만족!


티켓팅 성공을 무사히 마친 뿌듯함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걸어서 피카디리 서커스로 접어들자마자 제일 먼저 들린 곳은 과자가게, 그다음은 장난감가게




과자는 한 개당 만오천 원이 넘는 금액이라 너무 비싸서 바구니에 담았던 것 중 일부는 조용히 제자리에 갖다 놓고 장난감가게는 살 것도 없으면서 굳이 모든 층을 다 둘러보는. 뭔가 옛정을 생각해서 잘 있는지, 뭘 파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렇게 아이쇼핑을 끝내고 차를 파는 가게에서 핫초코 시음까지 완료하고 점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려고 찜해놨던 곳이 마침 근처라 예약 없이 가보기로.


Bancone Golden Square

예약 없이 간 거라 바테이블 비슷한 자리에 배정받긴 했지만 그래도 대기 없이 와인 잔술 한잔에 손수건 파스타 맛본 걸로 만족! 다시 걸어서 그린파크를 통과하고 버킹엄궁전을 지나서 위키드 공연장인 빅토리아 극장에 예매 시간에 맞게 도착을 했다.


영국의 가을 그리고 빅토리아 극장

영국 뮤지컬은 좌석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관람할 수가 있어서 이미 경험해 본 아이들은 각자 먹을 간식거리를 야무지게 챙겨서 들어갔다. 뮤지컬에 진심인 둘째는 보고 싶었던 위키드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며 엄청 설레면서 들어갔는데! 하필 앞자리 키 큰 여자분이 엄청 큰 똥머리를 하고 계셔서 시야가 다 가려서 너무 슬펐다고. 그런데 본인도 똥머리여서 차마 할 말은 엄꼬 좌우 기웃거리면서 열심히 잘 봤다고. 그렇지만 뮤지컬 보러 갈 때 똥머리는 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했단다.


아이들 입장하는 뒷모습을 보고는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짐을 찾아서 객실로 올라가려고 컨시어지 앞에서 기다리는데 직원의 실수로 내 캐리어가 도미노로 넘어지면서 손잡이가 휘어졌다. 결국 손잡이는 다시 들어가지 않았고 객실로 수리해 주겠다고 온 직원도 방법이 없단다.



둘째 생일이라 객실은 풍선 장식도 작은 브라우니도 올려져 있어 아이들이 오면 엄청 좋아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캐리어 고장으로 직원들이 계속 연락 오고 방문하고 수리한다고 캐리어 몽땅 비워서 가져가느라 침대 위로 짐은 쌓여있고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객실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실시간으로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생일인걸 알고는 호텔 뷔페에서 저녁식사 하라고 권하기도 하고 고치려고 이모저모 노력해주는 모습에 감사했지만 내 소중한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갔다는 사실이 슬펐다. 공연을 재미있게 보고 호텔로 돌아온 아이들과 나가서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도 늦고 기운도 없어서 라운지에서 간단히 때우고 아이들은 가져온 컵라면을 더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결국 캐리어 핸들은 여행 내내 15cm 올라간 채로 다니다가 한국 와서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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