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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Jun 22. 2019

플라스틱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난 작지만 큰 쓰레기 파동.


  지난봄 우리 가족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1,000세대가 넘는 이 아파트는 시작부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얼마 전 입주민 대표가 광고비 횡령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체 카톡방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로 주민들끼리 말꼬리를 잡으며 싸움을 합니다. 정보를 얻겠다고 한동안 그 카톡 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팅하는 것 조차 참으로 피로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방을 빠져나오니 속이 다 편안합니다.

     

그런데 단톡방을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피부까지 와 닿는 빅 이슈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 배출 문제’. 쓰레기장이 각 동 1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다들 이사 오는 과정에서 내놓는 쓰레기 양과 생활쓰레기 양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오가는 길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원하지 않더라도 마주치게 됩니다. 이 볼썽사나운 쓰레기 산이 아파트 환경과 미관을 해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말 많고 발 빠른 주민들은 대책을 강구합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시간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정해 놓기로 한 것. 그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요일 : 18:00 ~ 24:00 / 수요일 : 18:00 ~ 24:00


쓰레기 집하소에서 참고 볼만 한 곳은 천장 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하루에 6시간뿐이라니. 저 시간을 놓쳐 버리면 집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 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빡빡한 운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관리비도 절감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겠네’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했습니다.

     

어쨌든 입주민 협의회에서는 이렇게 한시적으로 운영할 경우 쓰레기 배출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어 뜻을 모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입주민 카페에 쓰레기 배출시간이 공지되자 주민들은 또다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우왕좌왕 끝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주민들은 또다시 24시간 원할 때 언제든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는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주민 협의회는 또 다른 대책을 고민해서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가 사는 이 아파트의 작은 소동을 지켜보며 쓰레기를 정해진 시간에만 배출하자는 사람과, 조금 더 자유로운 운영을 원하는 사람. 둘 중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 생활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 나부터도 지금껏 누린 편의를 위해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몇 개월 집에서 지내다 보니 ‘쓰레기’의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다 보면 ‘플라스틱’과의 만남은 필연입니다.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되지 않은 물건은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유용하게 쓰였던 플라스틱은 즉시 버려야 할, 애물단지 쓰레기로 전락해 버립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개인이 환경의식을 갖고 줄일 수 있는 차원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분리 의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이 변화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 사용을 제한합니다. 플라스틱 빨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조차도 하지 않겠다고 침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출처: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업체 마켓컬리 광고 중 일부

TV를 틀면 전지현 언니가 예쁜 잠옷을 입고 나와

“풀 콜드~ 풀 콜드”

를 외치며 새벽 배송을 해준다는 광고를 합니다. 내가 잠자고 있는 새벽, 누군가는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꺼림칙 하지만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회사가 얼마나 일회용품으로 떡칠을 한 회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입니다. 플라스틱이 우리 가정의 식탁까지 위협할 정도인데 왜 대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까요? 1사다 촌이니, 김장봉사니 이런 CSR 활동도 좋지만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제가 유통업을 하는 대기업의 사장이라면, 식품의 포장재부터 전면 교체하겠습니다. 양파, 당근, 오이 같은 채소를 종이봉투에 담아 주는 마트가 있다면 조금 더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조금 더 멀리 가더라도 기꺼이 그 마트에 갈 것입니다.

     

개인이 환경보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퇴로가 없는, 더 거대한 쓰레기 파동과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돌고래, 바다거북에 이어 최근 일본의 작은 공원 한 사슴 사체의 몸에서 비닐이 무더기로 발견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편의만을 최고라 여기며 이기적으로 살면, 우리가 머지않아 그 사슴이 됩니다.

나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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