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멍멍신(He)은 야옹신(Her)이 늘 탐탁치 않다. 냉장고 위에 올라가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올라갈 수 없는 곳임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밤만 되면 왕방울만해지는 눈동자는 말해 무엇하랴. 주인이 그 눈을 볼때마다 야옹신에게 홀딱 반한다는 사실 또한 멍멍신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유려한 곡선, 날쌘 솜방망이, 귀여운 목소리... 게다가 용변을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까지...
멍멍신은 모든 것을 갖춘 야옹신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야옹신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책했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멍멍신의 가장 큰 매력이였던 골드색 털이 점차 윤기를 잃어갔다.
넌 고양이고, 난 강아지야. 다른 건 없어. 그게 전부야.
평범한 얼굴을 가진 무명, 예쁜 얼굴을 가진 동갑내기 친구 혜원이. 어른들은 내가 혜원이와 함께 있을 때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혜원아, 너는 누굴 닮아서 얼굴이 이렇게 예쁘니?”
그럴 때면 혜원은 그 말이 익숙하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저 어른의 눈에 나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내 나이 다섯 살, 그렇게 비교를 배웠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다. 그제서야 어른들이 우리를 바라보던 시선은 먼지 한톨만한 비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교는 안팎으로 비교 천국이다.
- 선희는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 있네.
(내 우산은 너덜너덜해서 누구에게 보여주기도 창피한데...)
- 지영이는 방금 쪄낸 백설기만큼 얼굴이 뽀얗네.
(내 얼굴은 우리집 외양간에 사는 송아지 엉덩이 빛깔인데...)
- 준수는 공부를 잘해 선생님께 예쁨을 받네.
(선생님은 내 이름조차 모르는데...)
나는 찌질한 인간으로 세상에 왔다. 하지만 ‘이번 생은 이렇게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열악한 상황 가운데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려면 친구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부모님에게 더 예쁨을 받을 수 있는지, 동네 어른들과 학교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지. 짱구를 굴리며, 맨발에 땀나도록 한 시절을 보냈다.
비교는 곧 경쟁을 의미했다. 나태해질 틈이 없이 달렸다. 누군가에게 지는 순간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는 명제가 바로 내 뒤에 서슬이 퍼래서 노려보고 있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그렇게 성장해 사회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소화가 되지 않는 일을 두 손 들어 받았다. 일을 빨리 배우는 옆 사람과 자신을 비교했다. 매번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고 ‘잘못했어요.’ 도장을 쾅쾅 찍어댔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부질없고 어리석은 일이다. 비교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만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외모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사람은 종이 한 장만큼 가볍다. 사람들이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며 살아도,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면 한낱 허울이 된다.
친구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고 고단한 인생을 같이 걸어줄 동반자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 본다. 잘못 배운 비교 습관은 다시는 활용할 수 없도록 야무지게 찢어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둥글게 빚어, 발돋움 될만한 자리에 놓고 탈출을 감행한다.
잘가라. 비교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