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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Nov 26. 2019

내 인생에 유머 한 스푼

친구 : “무명! 뭐가 그렇게 심각해? 어디 아파? 아니면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무명 : “뭐래, 이게 원래 내 성격이잖아. 심각한 게 내 스타일이라구.”      


친구 : “나도 알아. 다들 즐거운 분위기에 네가 말 한마디 하면 순간 분위기가 싸~! 해 지는 거.  

너는 인생이 거의 다큐라고 봐야지. 그래서 심각하게 사니까 좋아?”     


무명 : “야,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심각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생각해봐. 심각한 사람을 누가 반기겠냐고. 만나면 괜히 우울해지잖아. ”      


친구 : “그래?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특별히 엄청난 비법을 하나 알려줄게. 자, 지금부터 메모하라구. 메! 모!.”     

 

무명 : “큰 소리 치는 건 여전하구나. 그래 얼른 말해봐.”      


친구 : “ 유머는 인생을 좀 더 부드럽게 흘러가게 하는 윤활유 같은 거야. 니 인생에 유머를 적당히 섞어봐~ 그리고 오늘 하루 무대를 망쳤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마. 다음 무대에서 네가 만족할 만큼 즐기고 사람들에게도 나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 기억하면 돼. 


얼마나 멋진 일이냐? 오늘 무대를 만회 할 수 있는 다음 무대가 있다는게. 그러니까 가끔은 별거 아니였다고 웃어 넘겨.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말이야. 짜샤"


그래, 그렇게 웃어 넘기면 되는 거였지. ^^


만나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실 웃어대는 친구가 있다. 녀석의 직업은 개그맨이다. 그를 만나 시답지 않은 농담을 실컷 주고받은 뒤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내 인생에 극단적으로 부족한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유머였구나. 나를 향한 얼어빠진 시선이 그간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던가. 저 녀석 말대로 내 인생에 유머를 섞어 살아가야겠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유머, 그거 먹는 건가요?’      


머리로는 알겠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 나름의 궁리를 시작했다. 우선 또 다른 친구에게 조언을 얻은 대로 평소 좋아하던 개그우먼 박지선의 영상을 섭렵하자.

 “참 쉽죠잉~!”부터.

그다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연습해 보는 거다. 조금씩 용기가 생기면 데시벨을 키운다.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그만이다.     


나는 박지선, 오나미가 늘 예뻐 보이고 좋았더랬다.


괜한 객기를 부리는 거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드디어 김무명이가 미쳤구나”라고 반응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유머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에 찾아오는 거다.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은 이 기분! 아무래도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내 유머 감각을 누군가 알아봐 달라고 유난 떠는 모습은 아니다. 맥락 속에 은근히 스미는 유머. 그게 바로 내 스타일이다. 때와 장소를 가려낼 줄 아는 ‘센스 있는 유머’ 말이다.


생각해 보니 유머를 만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구나. 하지만 딱한 가지만 잊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삶이 팍팍 해지는 순간 꼭 유머를 한 스푼 섞어 쉐킷 쉐킷 하자고.      

참 쉽죠잉~! ㅋㅋ


참깨 냄새 퐁팡퐁팡 휘날리며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즐겁게만 살아가기에도 너무 짧은 삶 아닌가. 인생이 연극이라면 절반이 비극이고 절반이 희극이라고 했다.  


열심히 비극이라는 외줄을 타고 걸어온 당신, 이제는 눈이 부시도록 웃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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