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무명! 뭐가 그렇게 심각해? 어디 아파? 아니면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무명 : “뭐래, 이게 원래 내 성격이잖아. 심각한 게 내 스타일이라구.”
친구 : “나도 알아. 다들 즐거운 분위기에 네가 말 한마디 하면 순간 분위기가 싸~! 해 지는 거.
너는 인생이 거의 다큐라고 봐야지. 그래서 심각하게 사니까 좋아?”
무명 : “야,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심각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생각해봐. 심각한 사람을 누가 반기겠냐고. 만나면 괜히 우울해지잖아. ”
친구 : “그래?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특별히 엄청난 비법을 하나 알려줄게. 자, 지금부터 메모하라구. 메! 모!.”
무명 : “큰 소리 치는 건 여전하구나. 그래 얼른 말해봐.”
친구 : “ 유머는 인생을 좀 더 부드럽게 흘러가게 하는 윤활유 같은 거야. 니 인생에 유머를 적당히 섞어봐~ 그리고 오늘 하루 무대를 망쳤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마. 다음 무대에서 네가 만족할 만큼 즐기고 사람들에게도 나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 기억하면 돼.
얼마나 멋진 일이냐? 오늘 무대를 만회 할 수 있는 다음 무대가 있다는게. 그러니까 가끔은 별거 아니였다고 웃어 넘겨.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말이야. 짜샤"
만나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실 웃어대는 친구가 있다. 녀석의 직업은 개그맨이다. 그를 만나 시답지 않은 농담을 실컷 주고받은 뒤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내 인생에 극단적으로 부족한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유머였구나. 나를 향한 얼어빠진 시선이 그간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던가. 저 녀석 말대로 내 인생에 유머를 섞어 살아가야겠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유머, 그거 먹는 건가요?’
머리로는 알겠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 나름의 궁리를 시작했다. 우선 또 다른 친구에게 조언을 얻은 대로 평소 좋아하던 개그우먼 박지선의 영상을 섭렵하자.
“참 쉽죠잉~!”부터.
그다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연습해 보는 거다. 조금씩 용기가 생기면 데시벨을 키운다.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그만이다.
괜한 객기를 부리는 거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드디어 김무명이가 미쳤구나”라고 반응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유머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에 찾아오는 거다.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은 이 기분! 아무래도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내 유머 감각을 누군가 알아봐 달라고 유난 떠는 모습은 아니다. 맥락 속에 은근히 스미는 유머. 그게 바로 내 스타일이다. 때와 장소를 가려낼 줄 아는 ‘센스 있는 유머’ 말이다.
생각해 보니 유머를 만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구나. 하지만 딱한 가지만 잊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삶이 팍팍 해지는 순간 꼭 유머를 한 스푼 섞어 쉐킷 쉐킷 하자고.
참깨 냄새 퐁팡퐁팡 휘날리며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즐겁게만 살아가기에도 너무 짧은 삶 아닌가. 인생이 연극이라면 절반이 비극이고 절반이 희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