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님 May 07. 2021

책방 일기 21. 05. 06

1. 하나의 퀘스트를 깨고 나면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야 하는 법. 이번에 내게 주어진 미션은 책방 앞 미관을 살려줄 데크다. 책방 앞 화단이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 그 이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이 갈라지고 페인트칠의 흔적이 보기에 좋지 않다. 이왕이면 화단을 손보며 잠시 바람을 쏘일 수 있는 데크도 만들고 싶다.  

홍님이 말하길, 나는 늘 뭔가 벌려놓고 후회를 한다고 하는데 '그거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시는 안할꺼야' 라는 말을 자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전과 유사한 일을 벌이며 '나 그거 할래!' 를 외친다고. 이 현상을  접하고 홍님이 하는 말

"또 망각 주기가 찾아왔구나."

어쨌든 내 고집을 아는 남편은 숨고를 통해 견적을 내주며 협조적인 면모를 보였고 오늘 아저씨  두 분이 견적을 보고 돌아가셨다.

두 분이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이 너무 노멀해 이 일을 맡기는 게 좋을지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결국 화단은 인터넷으로 적벽돌을 구매해  셀프로 에워싸기로 했고, 데크는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나는 특별한 걸 원하니까. ^^;; 아주 가끔 어딘가 숨어있던 까탈스러운 자아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2. 오늘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단골손님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했다. 낯을 가리는 듯 인사를 하면 매일 어색하게 받아주시던 손님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금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웹소설도 쓴다는데 그가 작업실에서 매일 글을 써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힘을 가졌으므로.


3. 파주에서 오신 손님이 그림책 두 권에 <나무처럼 살아간다>라는 책을 세권이나 주문해 주셨다. 책의 재고가 없어 주문 후 택배 배송을 해 주기로 했다. 고마운 손님 중에서도 고마운 손님들은 책방에 없는 책을 주문하고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다.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하루 이틀을 더 기다리는 것도 엄청난 희생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동시에 더 많은 분들이 인터넷서점 말고 동네서점을 이용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분명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것이다.


4. 츨판사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하는 비밀요원 프로젝트 두 번째 모임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작가회의에서 소개받은 최백규 시인님이 소속된 창작 동인 '뿔'의 낭독회가 계기가 되었다. 그 자리에서 시인이자 위즈덤하우스 편집자인 최지인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작가님을 이랑 책방과 심야책방 프로그램을 해보라고 연결해주었다. 두 사람이 출간 전인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고받아 현실화시킨 것이다. 전국에 100명만, 출간되기 전의 책을 읽고 책에도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분들의 이름이 실린다니 흥미로운 독서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비밀이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첫번째는 정세랑, 두 번째 모임은 심너울 작가님이다.


5. 모임을 진행하고 나면 급습하는 내 역량 부족에 대한 자괴감이 싫어 오늘은 한양문고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진행해오신 김민애 실장님을 모셨다. 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덜덜덜, 허둥지둥하던 나와달리 실장님의 에티튜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러웠다. 말속에서 묻어나는 노련함과 지식이 참 멋져 보였다.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줄 아는 사람은 어딜 가도 빛난다. 멋진 언니! (엄지 척!) 게다가 타인의 이야기에  온몸으로 귀 기울이며 리액션하는 손님들이라니! 주고받은 이야기들로 저녁시간이 한껏 충만해졌다.


#오늘의 고민

별다른 일 없음.


팔로워 : 5,707명

매출 : 11만원 (만원 단위 미만 절사)


공들여 쓸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일기 21. 05. 0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