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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May 08. 2021

책방 일기 21. 05. 07

꽃 사세요!

책방에서 알게 되어 동갑내기라 친해진 친구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반응하며 강아지를 좋아하는 현정님이다. 그가 꽃 사업을 시작했는데 카네이션을 너무 많이 사서 판로가 없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전해 들었다. 출근길 거리에서 카네이션 파는 것이 눈에 보일때마다 현정님이 생각났다. 출근길에 카톡으로 카네이션을 잘 팔고 있느냐고 메세지를 보냈다. 스무송이가 한 단인데 아직 40단이 남아있단다. 포장할 일손도 부족한 상황이라 했다.

어버이날 책방에서라도 팔아보겠냐고 묻다가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손님들과 같이 꽃 포장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책방에 도착해 급한 일을 처리하고 <금요일밤의 수다와 카네이션>라는 이름으로 게릴라 이벤트 모집 공지를 올렸다. 그렇게 저녁 8시 여덟 명이 만났다. 꽃 포장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꽃가위를 잡은 것.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각자의 솜씨를 발휘해 꽃다발을 만들었다.

우아하게 꽃 만지는 상상을 하며 참가비 만원을 걸었는데 점점 일이 생각과 다르게 굴러갔다. 이것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반복된 노동이었다. 꽃송이를 모아주는 조합부, 포장을 하는 포장부 등 작업반장이 된.척 농담을 주고받으며 업무분담도 했다. 이 공장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조금 삐뚤빼뚤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서로를 바라보며 예쁘게 만들었다며 감탄하고 칭찬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두 시간 반 동안 만들어진 다발은 약 50개 정도 되었다. 꽃이 예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없는 솜씨로 만든 다발이라 돈을 받고 팔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내일 책방에 와서 책을 사는 손님께 드리고, 꽃을 구매하려는 분께는 가격 책정을 손님이 하도록 맡기기로 했다. 단체사진을 찍고 웃으며 늦은 밤 헤어졌다.

집에  자려고 누우니 손가락 끝이 저린다. 몸은 힘들었지만 손님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꽃을 만진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좋았다. 친절하게 서로를 대하고 질문하고 리액션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가끔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며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방을 하며 갖는  보람  하나는 교점이 없는 손님들끼리 친구가 되어 시야를 확장할 때다. 그렇게 울타리가 넓어지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외로움을 조금씩 덜고 안전해 질테니까. 집에 오는  참가비를 돌려드려야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다들 마다하며 즐거웠다는 답을 돌려준다. 고생한 분들에게 커피 몇잔이라도 마음 담아 대접해야겠다. 꽃다발 50개는 몇개나 팔릴까?

결과는 다음회에 계속... ^^


수빈님, 콩님, 현정님, 은혁님,솔이님, 화정작가님,은혁님, 행님, 홍님 오늘 밤 모두 감사했어요.


팔로워 5,725 명

매출 12만 원 (만원 단위 미만 절사)


공들여 퇴고할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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