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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May 13. 2021

책방 일기 21. 05. 12

탱님이 바라는 책방의 모습

책방 주인이 들썩이는 날이면 책방도 소란스럽고, 책방 주인이 잠잠한 날에는 책방도 차분해진다. 도빈님이, 콩님이, 수빈님이 지키는 날은 책방 공기도 그들의 리듬에 맞추어 호흡한다. 오늘 책방은 다시 평온을 찾았다.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이제는 내 마음의 평온을 1순위로 놓고 중심을 잘 잡아야지 하고 마음먹는다. 그래야 책방도 평화로운 공간이 될테니까.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하며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초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1. 무언의 연대를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곳


내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후계동 정희네. 축구동호회를 중심으로 모인 동네 헐랭이들은 하루의 상처를 품고 정희네로 모인다. 소주잔을 부딪히며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고 후계!후계!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하루의 시름을 잊는다. 아무리 잘났어도 인간은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잘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자꾸만 넘어뜨리고 생채기를 낸다. 그렇게 넘어졌을 때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이 너의 작업실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공간에 모이는 것만으로 무언의 연대가 형성된다. 내가 여기에 있으니 당신은 안전하다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천국의 기지인 셈이다.

언젠가 책방 손님들과 마구 소리지르는 회식을 해보고 싶다 ㅎㅎ


2. 작았던 꿈이 오븐 속 식빵처럼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곳


외롭게 분투하며 자기 꿈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그들을 무조건 지지해주는 곳이 세상에 한 군데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그만 책방에 대한 해석이 뭐가 그리 거창할까도 싶지만 작업실에 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책방에 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타닥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 사르륵 책장을 넘기는 소리. 너의 작업실에 오면 작았던 꿈이 어떤형태로든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난다. 그들은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다를 것이다. (다들 성공하는 그날 책방에서 치킨 피자파티 열어주길 손꼽아 기다리고.있습니다. ㅎㅎ)



3. 모두가 함께 지키는 책방


애초에 나 혼자 모든 걸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깜냥도 잘 알지만 한 사람의 힘보다는 여럿의 힘이 더 크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애초에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기도 하다. 가방을 잊어버려도 그러려니, 운전을 할 땐 차에 스크레치가 나도 그러려니 했다. 공간도 마찬가지.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사용해 그 활용도를 높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작업실이 24시간 오픈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믿을만한 콩님, 도빈님, 수빈님까지 셋이지만 점점 믿을만한 사람이 많아져 24시간의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책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주 생각한다. 작업실은  이미 모두의 것이다.



4. 헐랭이 같은 친구가 나를 반기는 공간


작업실과 가장 거리가 먼 말이 있다면 완벽함이 아닐까. 대충대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 직장 상사분 중에 "대세에 지장 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던 분이 한분 계셨다. 인생을 유유자적 즐기는 듯 보였는데 가끔은 우리에게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왜 아주 작은 일에 핏대를 세우며 서로 잡아먹을듯 얼굴을 붉힐까? 조금 너그럽고 유연해 지자. 구멍이 있어도 좋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완벽한 친구보다는 "괜찮여, 대충 넘어가자!"라고 말해주는 헐랭이 같은 책방, 찌질한 친구가 되고 싶다.

아! 오늘은 더 대충 살고 싶네! ㅎ ㅎ



오늘도 책방일기는 의식의.흐름대로.

여러분, 오늘 하루 대충 사세요.


팔로워 : 5,756명 ㅣ

매출 : 13만원 (만원 단위 미만 절사)



공들여 퇴고할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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