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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May 15. 2021

책방 일기 21. 05. 14

안녕, 나 꽃 있어!


서점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온다. 반가움에 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녀는 알까. 내가 웃고 있다는 . 책장을 천천히 살피더니 카운터 앞으로 슬그머니 다가온다. 그녀의 손에는 어김없이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 가녀린  잎이 열두 개쯤. 중간에는 계란 노른자가 올려  있는 국화 다발이다. 예상했던 대로  다발을 웃으며 내게 건넨다.


이건 지난번 책방1주년 기념 라이브방송 때 주셨던 장미다발

지난번에도 그랬다. 장미다발, 튤립 구근, 다육이를 닮은 이름 모를 식물, 심지어 꽃삽, 꽃가위, 장갑까지 모두 그녀가 주고 간 것들이다. 책방 앞 화단에는 그녀가 데려온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랑 작가님 북 토크 때는 채 식지 않아 뜨거운 계란 스무 개와 잡채를 만들어 오셨다. 그날 처음 본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웃으며 계란을 까먹었고, 계란에 잡채까지 들고 집으로 돌아간 이랑 작가님은 이렇게 따뜻한 동네가 다 있냐며 이사를 오고 싶다고 말했다.


빈티지 이웃가게 헤이지 사장님이 주신 화분

늘 꽃과 함께 오는 그 사람은 바로 꽃마리 작가님이다. 거기가 어디든 있는 자리마다 빛을 밝혀 주는 사람.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이런 문구를 편지에 적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너로 인해 시끄러운 곳이 조용해지고, 어두운 곳이 환해지고, 오해가 이해로 풀렸으면 한다.

꽃마리 작가님이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가 주는 걸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꽃마리 작가님이나 나눔 부엌 안 사장님, 헤이지 사장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멋진 언니들은 어떻게 이리도 댓가를 바라지 않는 베풂을 몸에 익히게 되었을까?

언젠가 몰래 찍은 작가님.뒤모습

책방을 하며 아주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거의 대부분은 꽃마리 작가님처럼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그.손님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적어볼 참이다. 꽃을 주시면서도 귀찮게 일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냐고. 탱님 책상이 너무 작아 걱정이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겨야 한다고 마음을 써주신다. 덕분에 피로는 저 멀리 달아난다. 그녀는 조용히 들어왔듯 조용히 책방을 나선다. 책방에는 아름다운 사람과 이웃된 기쁨이 남는다. 쫓아나가 얼마쯤 따라가고 싶지만 마음을 누른다. 책방을 둘러보며 어제 기록모임에서 작가님이.쓴 말을 속으로 따라 해 본다.


"안녕! 나  꽃 있어." ^^













팔로워 : 5,762명

매출 : 14만원 (만원단위 미만 절사)



공들여 퇴고할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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