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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May 26. 2021

책방 일기 21. 05. 25

여기는 집중명당이자 피난처이자 작업지옥 ㅋㅋ


네이버 블로그에 책방 방문 후기가 잊을만하면 하나씩 올라온다. 아직까지 나쁜 이야기는 없어 다행. 아니 꿈보다 해몽이라고 마음 넓은 손님들은 대부분 좋은 이야기를 줄줄 써주신다. 그중 최근 올라온 후기에 이런 내용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으며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친구와 소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면 라비브북스를, ​

혼자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거나, 편안하게 오래 머물고 싶다면 너의 작업실을 추천해본다.​


라비브북스는 평소 나도 좋아하는 서점이었기에 나란히 이름이 적힌 글을 보자니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게다가 '혼자서 조용히 머물고 싶거나 편안하게 오래 머물고 싶다면 너의작업실' 이라니. 이보다 좋은 평가가 있을까.


책방을 시작했을  정체성에 혼란이 많았다. 카페로 알고 들어오시는 손님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 한쪽에는 조용히  읽고 작업하는 손님이,  한쪽에는 지인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오신 손님이 함께 있으니 다들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내가 제일 좌불안석이었다. '이곳은 카페인가. 서점인가. 소셜 살롱인가.' 어디로 가야할지  수가 없었다.



처음엔 사람이 모이는 곳에 대한 동경이 컸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데 기쁨을 더 크게 느낀다. 내가 소개한 책이 누군가의 삶에 양분이 된다는 것은 상상보다 큰 즐거움이다. 이로인해 서점의 정체성이 가장 앞서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대화를 목적으로 오신 손님인듯 하면 책 읽고 작업하는 분들이 많아 이야기 나누기에는 불편하실 텐데 괜찮으시겠냐고 양해를 구하는 눈치가 생겼다. 근처 좋은 카페를 추천해 드리기도 한다.


자연스레 책방은 고요한 서점, 작업하기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떤 손님은 대화 소리나 거슬리는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몰입이  되어 좋다며  단골이 되셨다. 이쯤 되고 보니 집중 명당이라는 말을 써도 부끄럽지 않다. 작업하는 손님들만 오면 책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그분들이 오히려 다른 곳을 이용하지 않고 작업실을 통해 책을 구매해 주신다. 작업하다 일어나 서가를 서성이는.모습은 너무나 근사해서 눈에서 하트가 떨어지는걸 나혼자 주워 담는다. 다들 열중을 하고 있는 사이 책을 사러 오시는 분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손님이 있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아주 가끔 좋은 소식을 전해 듣고 싶다. "책방에서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어요. 글 써서 일이 잘 풀렸어요. 좋은 친구를 사귀었어요. 소개해 준 책을 읽고 감동했어요. 작업실을 구하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책방에서 다섯 시간이고 여섯 시간이고 머무르던 손님이 엉덩이를 떼고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든다. '속으로 더 있다가 가지 왜 벌써 가는거야. 오늘 분량은 다 하고 가는거야 뭐야 ㅋ ㅋ ' 하는 속말을 한다. 인사를 나누고 손님이 책방을 나가면 내일 또 오겠지 하고 서운함을 거둔다.  뒷모습을 향해 오늘도 참 많이 수고했다고 열번이고 백번이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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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 비밀 (기관에서 대량주문을 받았어요! 올해 책방 살림 걱정은 이만 끝내고 즐거운 일을 꾸며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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