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님 Jun 04. 2021

책방 밖 일기 21. 06. 01~02

강화도 책방 시점 다녀왔어요!

지난해 출장 겸 세종시 독립서점 단비 책방을 처음 가보게 되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길을 한참 올라가면 산 중턱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곳, 오른쪽 건물은 책방지기님들 거처가 왼쪽엔 2층짜리 서점이 있다. 마당엔 물을 잔뜩 먹은 연두색 잔디밭이 보이고 덩치가 큰 강아지가 낮잠을 잔다. 건물 1층은 다락방, 2층은 주말마다 북 스테이로 누군가 머물다 가는 공간. 아늑함과 잘 정리된 책장, 애정이 서린 소품들을 보며 나도 이런 책방을 하고 싶다며 연신 감탄을 했더랬다.

실제 가봐야 매력을 알게되는 예쁜 단비책방


북 스테이를 하면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니, 창밖에 펼쳐진 자연을 구경하고, 하루 종일 책 보고 밥 먹고 뒹구는 상상을 하니 참으로 좋았다. 그래서 이번 휴가는 북 스테이로 결정! 후보지는 세 곳이었다. 내가 직접 가본 단비 책방, 이병률 시인님이 추천해주신 원주 터득골 북샵,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강화도 책방 시점까지. 책방 시점은 친구 셋이 운영하는 곳으로 작년 인천에서 열린 선셋 서점에서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숨님이 먼저 다녀와 좋았다고 한 것도 선택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결국 최종 목적지로 정한 곳은 책방 시점. 거리가 멀지 않아 부담이 없고 예약 일정도 딱 맞아떨어졌다.


6월 1일 출발 당일, 이런저런 일을 보고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책방 근처에 도착했다. 숨님이 추천해준 독일식 빵 맛집이라는 '벨팡'에 먼저 들렀다. 그런데 문은 닫혀있고 별다른 안내문도 없다. 네이버에는 매일 영업이라고 되어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방으로 향했다. 벨팡에서 차로 조금 이동하니 사진으로 보던 책방이 나타났다. 책방 안에는 손님 한분이 앉아 책을 보고 계셨고, 돌김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를 한다. 책방 이용에 관한 설명을 간략히 들었다. 1층에는 방 2개와 부엌, 메인 서가가 있고 2층에는 돌김님과 부추님 방, 우엉님방이,  3층에는 우리가 머물 다락방이 있다.

다음날 벨팡 바게트를 먹었다.

홍님은 다락방에 드러눕고, 나는 노트북을 챙겨 1층으로 내려왔다. 책 단체 주문도 넣어야 하고, 외주를 받은 일이 있어 살펴봐야 했다. 뒤에서 돌김님은 뭔가 분주하신 듯했다. 그 사이 책을 구매하려는 손님도 두 명 다녀갔다. 얼추 일을 마무리하고 서가를 구경한 뒤 다시 홍님에게 간다. 그를 깨워 동네 산책을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산책이라는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책방 근처 한옥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이끌리듯 들어가 커피와 경단을 주문하고 카페에 앉아 하늘을 봤다. "그래, 이런 게 휴가지" 한껏 여유를 부리다 일어난다. 돌김님이 타로점을 봐주신다고 했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빨강 카펫 위에 타로 카드를 놓고 돌김님과 마주 앉았다. 현재의 고민에 대한 점, 인생 전반에 관한 점,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단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고 내 카드는 매번 화려하고 뭔지 모르게 좋아 보였다. 내 타로 점괘를 요약하자면, "뭘 해도 잘될 거라고, 다만 그 과정안에서 많은 노력이 들고 난관에 부딪할 거라고 했다." 힘들 거라는 말은 한 귀로 흘리고 잘될 거라는 말만이 기억에 또렷이 남긴다.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성심성의껏 이야기를 나눠준 돌김님에게 반할 지경이다. 책방을 하면 여러모로 에너지가 쓰인다는 걸 알기에, 그가 베푼 친절이 진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타로점을 보고 나와 책방에서 추천해준 '마니산 고등어'로 식사를 하러 갔다. 덩치 큰 아저씨가 화덕에 생선을 구워 주신다. 미역국과 나물, 생선에 밥을 먹으니 속이 든든했다. 저녁노을을 보며 다시 책방으로 돌아간다. 돌김님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보기 시작한다. 전부터 읽고 싶어 챙겨간 <어리석은 여행자>, 목요일 독서모임을 할 위즈덤하우스 3기 비밀요원 책, 책방 시점의 이야기가 담긴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세 권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셋이서...> 책은 책방 시점이 탄생하게 된 전후 사정을 모두 담은 책이다. 돌김, 부추님은 부부, 우엉님은 부추님의 친구. 열심히 일해도 내 한 몸 편히 쉴 집을 가질 수 없었던 세명의 청년이 공동체를 이루는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서 후속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셋이 모여 지금의 책방 시점을 일구기까지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저녁이 책방시점의 제일 좋은 타임인 듯 하다.

10시부터는 매너 타임이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리가 바뀌니 좀처럼 깊이 잠들 수는 없었지만 아침까지 길~게 누워있었다. 그리고 돌김님이 차려준 아침을 먹었다.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으면서도 가만히 앉아 얻어먹는 게 미안하기도 했다. 식사 후 채비를 하고 책방을 나오기 전 돌김님에게 책 세 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가 추천한 책은 함민복 시인의 복간된 첫 번째 시집, 우세계 작가님의 <유감의 책방>, 이승희 작가님의 <미미와나> 이다. 그리고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까지 챙겨 책방을 나왔다. 돌김님은 근처 책방인 '국자와 주걱'과 고양이가 책방지기인 '나비 날다' 책방도 가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돌김님이 준비해준.아침

적고 나니 이야기가 길고 길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책방 시점은 가방을 꾸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인 것이 겁날 때 떠나기 좋은 곳이다. 하루 종일 이 책 저책 읽다 다정한 돌김님에게 타로점도 보고 늦잠도 자기를 추천한다.


 가지 마음에 걸리는  손님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공간을 지키는 책방지기들의 보이지 않을 고충이다. 집안일이 끝이 없듯  스테이 공간을 매번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책도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괜한 오지랖에 염려가 된다. (부추 우엉님은 다른 직업이 있고, 돌김님이 책방일을 맡아 한다.) 그들이 강화도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으며 꾸었던 처음 .  꿈이  이뤄지고 행복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아갈  있길   모아 기도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일기 21. 05. 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