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살아있는 소음은.

by 제밍






새벽 다섯 시쯤부터 눈은 뜨지만 바로 몸을 일으키진 않는다.
그저 눈만 또르르 굴려 시계를 한번 보고 다시 또르르 굴려 방문을 한 번 슬쩍 쳐다볼 뿐.
닫힌 방문 아래 빛이 새어 들어오는 틈으로 엄마의 분주한 걸음 소리가 들린다.
남들보다 출근이 이른 엄마는 다섯 시쯤부터 일어나 조용히 출근 준비를 하신다고 하시는 거겠지만
이미 근 20년을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는 조용한 출근 준비를 소음으로 뒤엎는다.

그래서 아침 내내 하품을 하게 만들면서도 다섯 시에 뜬 눈을 다시 감지 않는 건 그 소음이 살아있어서다.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음 소리, 쌀을 씻는 소리, 냉장고를 열었다 닫는 소리, 현관을 나서기 전 잠시 켜둔 티비 소리.
이 모든 소음이 엄마가 아침을 맞이했다는, 여전히 엄마가 살아있다고 외치는 메아리 같아서.
그 소음에 잠든 눈을 떴지만 다시 감고 싶진 않다.
그저 가만히 누워 엄마의 소음을 듣다 보면 불안하던 지난밤이 잊히는 기분이라. 백색소음으로 여겨야 하나 싶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엄마가 티비를 끄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나선다.
엄마는 살풋 웃으며 현관을 나서고 나는 방금 막 일어난 것처럼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를 배웅한다.
그리고 집에 찾아오는 정적에 다시 이불을 덮고 눕는다.
조금 전까지 집안을 채우던 엄마의 살아있는 소음을 되뇌며 다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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