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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거부하지 않고 알면서도 넘어가는 유혹.

by 제밍




이미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이 위장에 먼저 드러누워 더 이상 다른 누가 누울 자리가 없음에도, 길을 지나던 사람이 살짝 툭 건들기만 하면 와르르, 위장에 쌓여있는 오늘의 공든 탑이 쏟아질 듯 위태해도. 먹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음식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피할 수 없고 거부할 용기가 없는 유혹은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 그런 유혹은 바로 만두입니다.


만두, 이름부터 어쩜 그렇게. 만두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양파며 부추며 다양하게 잘게 다져진 건강한 야채와 혼자 모나지 않도록 야채와 잘 어우러지는 다진 고기. 그. 사이좋은 친구들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쫄깃한 피까지. 속부터 겉까지 어디 하나 만두스럽지 않은 점이 없다는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름부터가 완벽하다, 이런 주책 또는 콩깍지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그 정도로 아주 지독한 유혹에 빠져버렸거든요.


유혹에 빠진 사람들은 주로 미련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 것 같습니다. 배가 이미 한껏 부른 상태임에도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만두를 한 입 먹으려 손을 뻗는 저 또한 그러한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그 미련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하고자 할 겁니다, "후회는 없다!"라고 말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굴복했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다 알면서도 넘어갔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


기분도 나쁜데 술이나 진탕 마시고 들어갈까 처럼, 만두보다 조금 더 위험한, 다른 유혹들은 당연히 참아보려 합니다. 진탕 마신 술은 내일 진득한 숙취로 질척이겠죠. 만두 한 입은 기분 좋게 소화되어 내일엔 없을 겁니다. 참아내는 유혹과 알면서도 넘어가는 유혹의 차이는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지, 쟤가 너무 매력적인걸 어쩌겠어?라는 조금은 뺀질뺀질한 마음도 마냥 나쁘진 않다고 여깁니다.

매일매일 비슷한 식단이 밍밍하게 느껴질 때, 한 스푼 넣은 조미료의 감칠맛을 포기할 수 없듯이.

조금은 지루해져 가는 일상에 한 입만 정도의 허용가능한 유혹은 매력투성일 테니까요.

매력에 넘어가주는 것도 일상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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