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연히 발견한, 그 만남이 운명이라고 여겨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환상의 조합인. 흔히 영혼의 단짝이라 부르는 음식 짝꿍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치킨과 콜라, 삼겹살에 소주! 생각만으로도 침샘이 가득 차오릅니다. 누가 어떻게 발견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런 영혼의 짝꿍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타고 타고 흘러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제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 편입니다.단 하나의 짝꿍을 제외하고 말이죠, 바로 감자튀김과 케첩이 그들입니다.
그럼 감자튀김을 어떻게 먹느냐,라고 궁금하실 텐데요 저는 오롯이 감자튀김만을 먹습니다.소스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엔 감칠맛이 톡톡 튀는 소스들이 셀 수 없이 많은걸요.어쩌다 감자튀김과 케첩, 이 환상의 짝꿍이 남남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드리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가야 합니다.
초등학생쯤이었습니다, 저 그리고 동생 모두 말입니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올 때 맛있는 간식을 가지고 오시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로 현관문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어릴 때입니다. 엄마는 종종 햄버거를 사 오셨는데 늘 감자튀김이 함께 있는 햄버거 세트를 하나 사 오셨습니다. 저녁 전 간단하게 동생과 나누어 먹을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말이죠.
엄마가 식탁에 내려둔 햄버거 비닐봉지에는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지는 햄버거와 바삭해 보이는 감자튀김이 있었고 저는 언제나 그 둘 중에 감자튀김에 시선을 먼저 두곤 하였습니다.
바삭한 감자튀김이 눅눅해지기 전에 얼른 맛있게 먹어야지, 하는 설레고 조급한 마음으로 겨우 닿는 천장에서 꺼낸 작은 종지를 가져와 케첩을 쭉 담아내는 순간, 그 순간까지는 평화로웠습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이내 평화는 깨지게 됩니다, 동생이 그 작은 종지 안에 담긴 케첩을 혀로 모두 핥아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말입니다.
별다른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그저 누나한테 장난을 치고 싶었거나 달달한 케첩을 먼저 먹고 싶었거나 둘 중에 하나일 테지요. 하지만 그 순간은 제게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감자튀김과 케첩이 이별하는 순간으로 말입니다. 식탁과 작은 종지, 그리고 동생의 얼굴에서 희미하게 풍기던 시큼하고 달달한 케첩냄새가 아직도 코를 스치고 지나는듯합니다.
그날 동생이 너무 얄미워서 그랬나,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감자튀김에 케첩을 먹지 않는 건 설명할 수가 없더군요. 운명의 짝꿍을 찾는 것이 이런 느낌이겠죠,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 제게 감자튀김과 케첩이 남남이 되어버린 이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감자튀김을 홀로 두고 먹을 때마다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케첩과 이별한 그 운명처럼, 저의 감자튀김에 새로운 짝꿍이 나타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