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마다 떠나가는 일이 익숙해지다 보니.

by 제밍









올해로 도망갈까.

푸르게 돋아나는 어린잎보다
푸르뎅뎅한 멍이 먼저 피어난다면,

발목에 넘실대는 새파란 파도보다
시퍼런 울음이 목구멍에 먼저 찰박인다면,

올해로 도망갈까.

발아래서 바스러지는 낙엽보다
부스러기만 남은 기억이 먼저 갈라진다면,

새하얗게 머리 위에 내려앉는 눈발보다
새하얀 백지가 당신 기억 위로 먼저 내린다면,

올해로 도망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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