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퇴사했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탔습니다.

by 제밍






어쩌다 보니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차피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하는 김에 겸사겸사 조금 일찍 나서서 공부도 조금 하고 그럴 마음으로 집을 나서다 보니 그리 되었다. 온화하던 주말과 다르게 훅 떨어진 기온에 두터운 검은 패딩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한가득 실은 지하철이 오고, 그 검은물결 속으로 파고드니, 썩 기분은 좋지 않지만 묘한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지난주만 같았어도 이미 검은 물결 속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부여잡으며 흘러 흘러갔을 몸이니, 아직은 흘러가던 그 물결이 익숙한 게 당연한 걸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타고 흘러 흘러 높은 빌딩들이 모여있는 몇 개의 역을 지나 한바탕 검은 물결들이 촤르륵 빠져나간 뒤 휑 해진 지하철. 거기에 덩그러니 서있는 모습이 비로소 나의 모습임에도 낯설었다.
뭐랄까, 당연한 물결에 같이 흐르지 못한다는 소외감, 초조함이라기엔 고작 삼 일 전 퇴사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고 그저. 그저 물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내가 서먹할 뿐,

이 또한 익숙해지고 단단히 잡고 가야 할 마음이겠지.
몇 개의 지하철역을 조금 더 지나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역에서 나 홀로 내리듯, 이렇게 나는 나의 자유에 익숙해져야 할 때가 왔음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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