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그때는 둘이 지금은 나 혼자. 제주는 여럿이서 왁자지껄하게 가도 좋고 둘이서 두런두런하게 가도 좋은, 언제나 좋은 곳이지만 이번엔 조용하게 나 홀로.
왁자지껄한 유명한 전통시장이나 관광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조용한 마을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며칠간 머무를 예정으로 한 달 만에 비행기를 다시 탔다.
바다를 봐야 했다, 무슨 일이 끝난 후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이든. 단단하게 차오르고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의 몸짓을 눈으로 좇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시원한 바다내음을 맡아야 마음 정리가 되는 사람이어서. 전생에 갈매 기였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큰 시험을 앞에 두고도, 처음 회사를 입사할 때도, 퇴사할 때도, 그다음 회사를 입사할 때도 늘 그래왔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다를 찾아가야 했는데,
그게 제주였다 이번에는.
여전히 내방이 내방 같지 않고 어김없이 숨쉬기 힘겨워서 그랬을까 평소에 찾던 동해바다보다 더 멀리 있는 이 제주 바다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환영하는 건지 그 반대인지도 모르게 도착해서 마주한 제주의 바다는 격렬했다.
얼핏 봐도 조금 거세보이는 파도와 숨을 에워싸는 바람과 옅게 흩날리는 눈발까지.
그럼에도 좋았다, 숨이 트였다. 매일 중간중간 먹던 응급약조차 먹지 않았음에도 폐에 가득 차는 바다냄새가 올해 들어서 나를 가장 편안한 기분으로 이끌었다.
새삼스럽지만 이래서 바다를 찾나 보다, 이래서 바다를 사랑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