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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5. 2020

'주는 기쁨'을 배운 소중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제법 큰 사건이었다. 학교는 내가 사회에 나와서 제 역할을 하게 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고, 취미로 끝날 것 같던 국문학으로 월급을 벌 수 있게 만들어준 신비한 곳이기도 하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교생실습 기간에 받은 모교 고등학교 후배들의 사랑 덕분이었다. 하늘도 나무도 푸른 5월,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정장을 입고 찾은 모교는 내가 졸업장을 받고 세상에 나서던 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참 애틋하고 반가웠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처음으로 무언가를 받지 않아도 먼저 '주는 기쁨'을 배웠다. 그 기쁨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도 함께 깨달았다. 교생실습이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이 행복을 느끼기까지 아마도 긴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남들은 흔히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로 자기소개서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와 달리 나는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에게 먼저 무언가를 선물하거나 베푸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마음을 만들기도 한다.



먼저 받아야만 주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먼저 주는 것에는 인색해졌다. 그런 생각은 물질적인 것에서 마음으로 이어졌고 조금씩 베풀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그래야만 세상을 살 수 있었고 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취급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들에게만은 달랐다. 말로만 듣던 내리사랑의 위대함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하면 될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더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하나라도 더 배워서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서 느끼던 부러움, 경쟁심, 질투 같은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했고 내가 부족했던 지식들과 사회에 나오면 무엇을 조심하면 좋은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 중에 나를 나쁘게 기억하는 학생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착한 선생님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시간들을 꽤 오래 보내면서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도 먼저 베풀고 마음을 건네는 일이 더욱 수월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오히려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가끔씩 젊은 나이에 작가로 성공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나도 처음부터 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행복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밝고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익과 손해로 계산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해 준 아이들이 지금도 그립다. 다시 태어나도 이 아이들을 똑같이 또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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