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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2. 2020

봄은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시기

그대들은 나에게  오후 열두 시에 내리는 햇살




나의 봄은 언제나 바쁘고 중요한 시기였다. 새해가 밝아 1월이 되어도 정작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되어야만 비로소 올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섯 살 때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길고 긴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고, 학창 시절을 지나 서른까지 학교에 머물며 봄의 패턴은 아주 오래 이어졌다. 그나저나 우리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고작 여섯 살부터 시작된다니, 학교나 회사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봄은 항상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가도 그들에게 혹시라도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피로가 함께 몰려왔다. 그렇게 이런저런 마음에 휘둘리고 주어진 일과 과제를 해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버렸다. 그런 어수선한 하루들이 모여 3월은 완성되었다.



그랬던 봄이 올해는 참으로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래서 이상하다. 일을 그만둔 것 자의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과의 단절은 타의였다. 그야말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무언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으로 무겁지도 않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가뿐하지도 않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으로 외롭게 시간의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그 터널을 나 홀로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결국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인가.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쉼 없이 일하면서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지만, 지금의 나는 또다시 다른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또다시 그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고 싶다.



이제 와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 그 '상황'이 힘들었던 것이지 사람이 밉고 싫었던 건 아니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내 마음을 여는 손잡이는 내 안에 있으니 이제는 그렇게 믿고 싶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다들 성숙하지 못해서 그랬겠거니,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각자가 맡은 일에 대한 입장이 있어 그랬겠거니.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애석하게도 살다 보면 누구나 인간관계로 인해 갈등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타인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몇 번이나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의 다정한 응원에 글을 쓸 용기를 얻고, 단조로운 하루에 이벤트가 되어주는 친구를 만난다. 내가 요리한 김치볶음밥에 즐거워하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고, 반가운 봄꽃 사진을 보내주는 연인이 있어 행복을 느낀다.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날, 작은 금귤 나무에 스며든 태양을 보고 생각했다. 그대들은 나에게 오후 열두 시에 내리는 따스한 햇살 같은 존재다. 어둡고 두려운 내 시간을 빛으로 물들여준 그대들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태양을 한가득 머금은 작은 금귤 나무처럼 기쁨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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