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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6. 2020

아, 외로움 때문이었구나!

많이 외로워지면 무기력해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마음이 무기력한 상태.'

책에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도 형용하기 어려운 내 마음의 상태를 정확히 서술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이 좋으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에 빠져 게을러지고 할 일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왜 불안과 무기력의 동굴에 갇히게 되었을까. 이제껏 누군가 정해준 시간표에 따라 사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확신할 수 없는 미래가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아무리 고민을 해도 내 마음에 퍼진 무기력의 원인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수학 문제집을 붙들고 있을 때는 풀리지 않던 문제가 의외로 시험 당일 쉽게 풀리는 것처럼, 내 마음의 무기력을 가져온 이유도 바로 책에 나온 다음 구절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지금은 지쳐서도, 좋아하는 게 없어서도 아닌, 많이 외로워서일 수 있습니다. 많이 외로워지면 무기력해집니다.'

아, 외로움 때문이었구나!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사회에서 분리되어 홀로 고립되었다는 어두운 생각이 있었다. 그 외로움은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채워줄 수 없는 나 자신과의 결투에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꿈을 이룬다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어마어마한 권력이나, 엄청나게 많은 돈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내 하루를, 더 넓게는 내 인생을, 온전히 스스로 설계해서 보람차고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

때마침 얼마 전부터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와 함께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함께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간단한 감상평도 나누고 있다. 누군가 옆에서 비슷한 꿈을 그리며 동행해주는 것만으로도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줄었다. 다시 글 쓰는 즐거움을 안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많이 그리웠다. 연락이 뜸했던 오랜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점심시간마다 걸려오는 연인의 전화가 기다려졌고, 가족과 먹는 별 것 없는 저녁밥이 참 맛있었다. 꿈을 닮아가는 이 시간에도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의 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들이 있기에 글쓰기도 있다.



p.s. 여기서 제가 읽은 책은 글배우 작가님의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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