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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7. 2020

긴 글과 짧은 글에 대한 생각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한 글의 길이




책의 모습은 다양하다. 사진 한 장의 도움 없이 오직 활자로만 빼곡한 책이 있고, 한 페이지에 단 몇 줄의 글로 작가의 생각을 응축하는 책도 있다. 긴 글로 채워진 책과 짧은 글로 이어진 책 중에서 어떤 책이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긴 글로 구성된 책은 섬세하고 자상하다. 작가가 왜 이런 생각에 머물게 되었으며 독자가 어떤 것을 느끼고 깨달았으면 하는 것까지도 자세하게 안내한다. 반드시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 어둡고 힘든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나는 긴 글이 상냥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짧은 글은 간결하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작가의 생각이 집약된 글을 읽으며 독자는 그 생각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흡수한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며 자신의 것으로 더 넓게 확장할 가능성도 더 높다.


긴 글과 짧은 글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애초에 글의 길이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글이든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 있다면 모두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은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그동안 나는 긴 글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은 책을 좋아했고, 풍경이나 감정의 모양을 세심하게 표현한 글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서를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그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여러 권의 에세이를 읽었고, 잠시 멀리해오던 짧은 글에서 희망과 위안을 얻기도 했다. 특히 자기 전에는 긴 글보다 가뿐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더 산뜻하고 편안했다.


글은 어느 정도의 길이를 갖추어져야 한다는 울타리를 서서히 거둘 때가 온 것 같다. 내용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길게 서술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독자는 글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독자가 느끼는 그 부담은 아마도 길게 써야 한다는 작가의 강박에서 시작될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더욱 길이나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김밥  줄로도  끼를 먹기에 충분할 때가 있다. 그러니 때로는   줄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며 다양한 상황에 놓이기 마련이다. 글의 길이와 관계없이 어떤 글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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