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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May 03. 2020

그러니 봄은 당신과 나의 계절

봄에 인연을 맺은 엄마와 나는 서로의 인생에 꽃처럼 어여쁜 존재가 되었다




1.

늦은 아침에 일어나 엄마와 티백으로 우려낸 허브 차 한 잔과 어제 먹다 남은 케이크를 먹었다. 여유로운 일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엄마와 보낼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출근할 때는 뭐 그리 잘난 일을 한다고 엄마와 마주 앉아 잠시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는지. 엄마 품은 이렇게나 아늑하고 포근한데.



2.

햇볕이 창문으로 쏟아지던 날, 엄마와 쑥을 캐러 산에 다녀왔다. 산에 있는 작물을 가져가면 안 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지만... 그냥 엄마를 따라나섰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아쉽게도 뒷산에는 쑥이 별로 없었다. 대신 벚꽃을 생각나게 하는 연분홍색 철쭉이 즐비하게 피어있었다. 쑥을 캐러 손에 들고 간 바구니가 살짝 민망했지만, 덕분에 늦은 꽃구경을 실컷 하다가 내려왔다. 아 참, 쑥은 의외로 산 근처에 있는 우리 집 놀이터 주변에 더 많았다.



3.

일주일 뒤면 곧 어버이 날이다. 어릴 적부터 선물로 드리고 싶었던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미리 안겨드렸다. 엄마는 빨간색 카네이션이 한가득 담긴 꽃바구니를 받으시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엄마께서 스스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셨다. 뿌듯하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더 일찍 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제가 엄마의 꽃이었잖아요...



4.

지난 4월 중순쯤,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엄마의 생신은 음력 3월 중순이어서 항상 내 생일과 날짜가 비슷하다. 이제 막 봄의 정령이 태어나는 시기에 엄마는 태어나셨고, 또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나를 낳아주셨다. 그러니 봄은 당신과 나의 계절.



봄에 인연을 맺은 엄마와 나는 서로의 인생에 꽃처럼 어여쁜 존재가 되었다. 이 생에 모녀로 인연을 맺은 우리는 삶을 이어갈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이 되었다. 서로가 너무 소중해서 가끔은 무겁기도 하고 버겁기도 했지만, 특별한 날 받는 꽃다발처럼 삶을 빛나고 환하게 만들어주는 서로가 있어 참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당신 곁에 예쁘게 피어있을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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