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숲 Apr 25. 2020

비 내리는 풍경은 우는 표정을 닮았다

비 내리는 울적한 날에 스며든 우울함을 내쫓지 말고   그저 내 곁에




 밖에는 소나기와 이슬비가 번갈아 내리고  세상은 물을 머금은 촉촉한 풍경이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오는 풍경이다.



예전에 사람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왠지  연구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현상에 따라 사람의 기분이 바뀐다는 사실은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는 뜻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날씨가 좋아서 선거 투표율이 올라갔다는 기사도 별다른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온 세월이 더해질수록  말이 어느 정도 맞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처럼 채광이 별로 들지 않는 날은 평소보다 눈꺼풀이 무겁고 몸도 느리게 움직였다. 그런  모습이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텔레비전을 켜서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 틀어 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자주 듣지 않던 신나는 팝송을 들으며 외출 준비를 했다.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불안과 외부의 자극에 쉽게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나를 둘러 샀다. 그게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삶에서 즐겁고 행복한 날들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리는 풍경은 울고 있는 사람의 표정을 닮았다. 다른 산뜻하고 상큼한 표정을 떠올리고 싶어도  눈에는 결국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슬픈 표정의 기운은 슬며시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감정과 기분은 조작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울적한 날에 스며든 우울함을 내쫓지 말고 그저  곁에 두기로 했다.



아마 우리의  인생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는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가끔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로 억울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생길 것이다. 그런 날은 씩씩하게 일어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쉬어가는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봄비를 따라 울적한 기분에 빠져보니 이런 하루도 제법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시련도 이런 마음으로 의연하게 대처할  있기를 다짐하고 마음에 심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 삶의 우선순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