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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May 06. 2020

인간에 대한 이해와 위로

나의 아저씨, 우리를 편안함에 이르게 해 줄 '좋은 어른' 같은 드라마




이제야 2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봤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없는  많고 따듯한 동네를 배경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그려졌다.

'지안'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랐고, 오히려 어머니가 남기고 떠난 빚에 허덕이며 온갖 괄시와 폭력에 시달리며 산다. 슬픔을 끌어안고 살았던 지안은 가슴속에 분노만 가득 차게 되었고, 어느새 '사람을 죽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지안을 유일하게 불쌍하고 안쓰럽게 여겨 준, 처음으로 네 번 이상 잘해준 사람이 '동훈'이었다. 동훈은 어머니와 삼 형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씩씩하고 사랑 많은 사람이었고, 인간에 대한 배려와 측은지심을 가진 선한 사람이었다.

지안은 동훈을 회사 밀어내려는 사람에게 사주을 받아 그를 도청하면서 동훈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를 믿게 되고 의지하게 된다.

드라마를 보며 가장 눈물이 났던 장면은 동훈이 지안을 괴롭히는 광일을 찾아간 장면이었다. 동훈은 불쌍한 애를 왜 때리냐며 광일과 싸우다가 지안이 광일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동안 모두가 지안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지안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동훈은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면 다 죽여!"라고 받아친다. 이를 도청하던 지안은 그 자리에 소리 내어 슬프게 운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던 지안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아주고, 지안을 온전히 이해하고 믿어  ' 사람'이었다.

드라마를 이어가던 서로의 비밀들은 모두 밝혀지고, 지안은 회장님의 도움으로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간다. 지안을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으로. 좋은 어른이 필요했던  작은 아이는 이제야 좋은 어른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반갑게 인사할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고 나면 미워할 수 없게 된다는 동훈의 대사가 있었다. 인간적인 소통과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있다면 누군가를 미워할 이유도 원망할 생각도 사라진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지안의 세계에 동훈이 있는 것처럼, 내 세상에 있든 좋은 어른들이 떠올랐다. 그분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내 직장의 부장님이셨다. 서툴고 모자란 나를 애정으로 보듬어 일으켜 주시던 참 좋은 어른이었다. 부족한 나를 탓하며 책임을 묻는 말보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보호해주려 하시던 고마운 어른이었다. 그분의 품을 떠나 힘든 세상을 살다 보니 더욱 그리운 좋은 어른이었다. 좋은 어른의 품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힘이 생기곤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제 걸음을 시작하는 사람을 다그치기보다는 지그시 바라보며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나의 아저씨를 보며 생각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 자기가 불쌍한 만큼 남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 내 과거를 잊고 싶은 만큼 남의 과거도 잊어주려 하는 것, 누군가 행복과 편안함에 이르길 간절히 바라 주는 것. 그리고 이런  귀한 마음들을 또다시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 인생이 힘들 때 꺼내보면서 지친 마음을 편안함에 이르게 해 줄 '좋은 어른' 같은 드라마였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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