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먹먹함 안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직접 찾아보길
그동안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던 드라마 vip가 끝이 났다. 서로를 사랑해서 자신의 좋은 단면만 보이려 했던 성준과 이를 그대로 믿었던 정선의 이혼으로 결말을 맺었다.
정선은 엔딩 장면에서 성준과 함께 한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뭔가 분하고 억울했지만 그래도 정선이에게 사랑했던 기억마저 아픈 상처로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힘들고 지쳤던 정선은 처절한 복수보다 잘 지내라는 담담한 인사로 성준을 떠나보냈다.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그 비밀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 모두 밝혀졌을 때 그들의 관계를 흔들 수 있는 거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로를 힘들게 할 비밀을 혼자만 알고 있다면, 지금은 함께 걷고 있더라도 결국 막다른 길 끝에 멈추게 될 것이다.
드라마의 첫회와 마지막 회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 장면이 나온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그 삶 속에서 어떤 사람과 사랑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참 슬프게도 소중한 것은 가끔씩 반짝이는 것에 가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반짝임에 속아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성준이 정선의 사진을 보며 흘리는 참회의 눈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아프고 안쓰러운 정선에 감정이입했던 시간도 끝이 났다. 바르고 고운 정선이를 꼭 안아 주고 싶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람에 대한 분노, 미움, 슬픔, 연민, 설렘, 사랑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나 참 좋았다.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 같은 드라마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속 시원한 사이다에 익숙한 우리에게 사이다를 주는 대신, 먹먹함 안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직접 찾아보라는 숙제를 내 준 드라마였다. 아마도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