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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May 11. 2020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시간

커다란 바다 앞에서는 욕심도 줄어들고 미움도 작아진다




바다 앞에 서기만 해도 많은 것을 얻는다.

바다를 보면 이유도 모른 채 솔직해진다. 커다란 바다 앞에서는 욕심도 줄어들고 미움도 작아진다. 그런 나에게 바다는 힘찬 파도 소리로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잔잔한 바람으로 서글픈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런 바다가 그리워서 힘든 시간을 바로 앞두고 통영으로 훌쩍 떠난 적이 있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떨고 있는 나에게 바다가 주는 용기라는 무기를 손에 쥐어주어야 했다. 통영의 바다는 웅장하고 거대하기보다는 왠지 장난감처럼 아담하고 정겨운 모양이다.

인적이 드물고 두 손에 담길 것 같이 작은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그곳에 펼쳐진 빛바랜 파라솔들이 참 어여쁘고 앙증맞아 보였다. 바닷물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 위의 구름도 동화 속에 나오는 하얀 비누 거품 같았다. 내 발 끝을 간지럽히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는 맑은 바닷물도 반가웠다. 바다도 나를 환영한다는 듯이 모래사장에 내 발자국을 그대로 새겼다.

바다는 오래 간직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수 없이 많은 꿈을 다짐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모습들을 모두 이룰 수 있도록  무언의 응원을 보내준다. 걱정은 조금씩 사라지고 웃음은 되도록 늘어나게 마법을 건다. 마치 보물섬을 찾은 것 같다.  

패닉의 노래처럼 이 바다를 그대로 유리병에 담아 서랍 속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싶었다. 그리울 바다를 남겨 두고 한적한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 나왔다. 금방 멀어진 바다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이 젖은 내 옷을 따스하게 말려주었다. 괴로운 마음을 감싸주는 것 같아 울컥했다. 고요하고 평온했던 시간, 말하지 않고도 바다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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