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와 민속촌에 가기로 했다.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우리 엄마. 고단한 몸을 눕힐 수 있는 시간이 좋은 건지, 아니면 밖에 나가서 척척 돈을 쓰는 게 불편한 건지 엄마는 늘 집에 있기를 좋아했다. 엄마와 집 밖을 나서려면 한참을 앉아 설득하고 설명해야 했다. 내가 엄마와 손을 잡고 집 밖을 나서고픈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아야 했다.
어느 틈엔가 나도 그런 과정이 귀찮고 버겁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돌고 돌아서는 자식들을 더 아늑한 곳에서 살게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랬다. 왜 남들에게는 쉬운 일이 내게는 어려운 걸까. 자꾸만 엄마에게서 마음이 멀어졌다.
내 마음처럼 날씨도 순식간에 추워졌다. 마지막 낙엽이 마저 떨어질 새도 없이 첫눈이 내렸다. 엄마와 몸도 마음도 멀어진 서른한 번째 늦가을이 유난히 쓸쓸했다. 서늘하고 시린 마음은 엄마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다시 한번 떼를 섰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그러다간 언젠가 헤어질 때가 왔을 때 더 후회하기 전에. 지금보다 더 많이 말을 건네고, 눈을 맞추고, 손을 만지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오랜만에 찾아온 딸의 응석이 마음에 꼭 들었나 보다.
우리는 겨우 약속을 정했다. 그렇게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와 민속촌에 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