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다.
왜 지치고 힘든지 떠올려봤는데 서럽다는 감정 때문이었다. 내 목소리 한번 내기가 뭐가 그리 어려운지, 먹고 살기는 왜 이렇게 힘든지, 나는 언제쯤 위기의 순간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될는지. 자꾸만 눈동자가 바닥을 향했고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다.
어쩐지 이번 주는 엄마한테서 먼저 전화가 여러 번 왔다. 딸에게 속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감지했는지, 무뚝뚝한 엄마가 나보다 먼저 핸드폰을 들어 내 번호를 찾고 전화를 걸었다. 그 과정이 왜 이렇게 미안하고 서글플까.
누가 나를 괴롭혔다는 식의 말들을 친구들에게 늘어놓았다. 이 모든 게 그저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지금의 나는 조금씩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그토록 내가 바라는 어엿한 어른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며 토닥여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그저 속 시원히 '더럽고 치사하네, 미친 것들'하고는 나보다 더 화를 내주었다. 덕분에 짊어지고 있던 이름 모를 짐들을 내려놓고 깔깔대며 웃어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일들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럴 필요 없는 이유를 나 대신 대고는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해주는 내 사람. 든든하고 다정한 내 사람.
살면서 흔하게 마주할 서러운 순간. 마음이 상하고 따가울 때, 풀이 꺾여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포근한 품을 찾게 된다. 서러웠지 하고 안아주는 그리운 사람의 품 안으로 달려가고 싶어 진다. 그 안에서 서러웠던 심정이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괜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