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항공사고로 인해 슬픈 나날을 보내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24년도가 끝이 나고 25년도의 새해가 밝았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첫 게시글은 23년도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벌써 24년도를 지나 25년도라니,
시간의 흐름은 놀랍기 그지없다.
나에게 24년도는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새해라고 해서 너도나도 해피 뉴이어를 외쳐대고 해돋이 사진이나 휴가를 다녀온 게시글을 보는 데에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고, 서른 살을 맞이하는 중요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또 다른 해가 떴다라는 느낌만 가득했었다.
그러다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서, 완전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업무에 온갖 스트레스와 예민함이 나를 감싸 돌았었다. 조금만 알면 괜찮겠지,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라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동시에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불안감으로 인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난생처음으로 국외출장이란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2번이나 해봤고 각종 대외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업무에 빠르게 스며들어 갔다.
그렇지만 스스로가 가진 불안감과 우울함에 대해선 일부러 열어보기 싫어 그저 그대로 내던져두었다. 한 번씩 한밤 중 불현듯이 떠오르는 좋지 않은 생각과 사투를 벌일 때면 그마저도 너무 힘이 들어 무분별한 술 약속을 잡아 그렇게 해서라도 이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고 싶어 했다.
나의 건강에도 변화가 많았다. 기껏 열심히 다이어트로 빼놓았던 체중이 숱한 술약속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요요로 돌아오고, 겨우겨우 헬스장을 가서 아득바득 체중유지에도 힘을 들여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잘못될 것 같아서...
연말엔 다이내믹한 일도 많았더랬다. 운동을 무리하게 한 나머지 저혈당 쇼크에 빠져 의식을 잃어보질 않았나, 그 바로 다음날 이제 정신 차렸겠지라고 생각하며 잡은 핸들은 결국 추돌사고를 일으켜서 보험사와 몇 달 동안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너져 내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허나 내가 있는 이 공간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던져버리고 도망칠 수는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만, 머릿속에서만 그 여유를 갈망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12월 31일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연말의 마무리를 한숨으로 점철된 삶을 보낼 나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불쌍할 것 같았기에.
그래서 일부러 더 활기찬 척을 했다. 지나가다 만나는 아는 사람들 족족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도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 불안과 우울을 세상에서 강제로 숨길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잠시 졸았다 깼다. 1월 1일 오전 3시 20분쯤
난 제야의 종소리라든가, 새해 카운트다운이라든가, 새해 소원 빌기라든가 하나도 일절 하지 못했다.
아니, 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랬다.
24년도에는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세계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정치권에서도, 경제적으로도,
내 건강면에서도, 사회생활면에서도.
그렇기에 25년도는 내 불안과 우울감을 강제로 꺼내서 남들에게 티를 내는 것보다 그냥 묵혀두려고 한다.
묵혀두다 보면 언젠가 내가 저 존재들을 잊고 살 때도 있지 않을까.
25년도에도 다이내믹한 일은 많이 벌어질 것이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란 걸 안다.
그렇지만 묵혀두려고 한다.
24년도와 25년도의 간극을 살아보며
아니, 숱하게 지나온 인생의 간극을 돌아보며
묵혀둘 수 있는 건 묵혀두는 태도를 지향하고자 한다.
그래서 내 글을 읽을 여러분들에게 부정적인 것은 묵혀두고 해맑은 것들만 전해주고자 한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