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당호수 나동선 Oct 08. 2021

지도자 삼손의 가벼운 입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말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말은 가족과 같이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고서는 비밀로 간직해야 할 것이 있다. 아니 어떤 경우는 죽을 때까지 내뱉지말아야 할 일도 있다.  며칠 있으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철이다 보니 심심치않게 말로 인한 설화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후보들을 본다. 나중에 후회 막급해 하는 후보들을 보면 그 부정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말은 상처 정도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구약 성경 사사기 13장 부터 16장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에 의해 블레셋의 지배를 받던시절 20년 동안 사사로 지냈던 괴력의 소유자 삼손에 관한 이야기이다.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는 그의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자녀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여호와의 사자가 그 아내에게  나타나서 이르기를  "보라 네가 본래 임신하지 못하므로 출산하지 못하였으나 이제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삼가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어떤 부정한 것도 먹지 말지니라 " 하였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위에 삭도를 대지말라"며  "그가 블레셋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시작하리라"하셨다.   


        그래서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는 여호와의 사자에게 "이제 당신의 말씀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며  "이 아이를 어떻게 기르며 우리가 그에게 어떻게 행하리이까"하고 물었다.  여호와의 사자가 마노아에게 이르되   "내가 그에게 명령한 것은 다 지킬 것이니라" 하였다. 


        이렇게 귀하게 얻은 삼손이니 그의 부모가 오죽이나 금이야 옥이야 하며 양육하고 가르쳤겠는가?  불문가지 아닌가?  요즘 학부모들의 뜨거운 자식사랑 보다 훨씬 더 큰 열성으로 키웠으리라.   '삭도로 머리카락을 자르면 않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자란 삼손에게는  "여호와께서 그에게 복을 주시고"  "여호와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고 했다.  삼손이 어러운 일을 당할 때 마다  "여호와의 영이 삼손에게 강하게 임하"여 백전백승하였다. 


        이러던 삼손이 적국 블레셋 여인 '들릴라'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비극의 씨앗이었다. 삼손을 감히 대적할 수 조차 없었던 블레셋 방백들은 들릴라에게  "삼손을 꾀어서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 큰 힘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능히 그를 결박하여 굴복하게 할 수 있을는지 알아보라"고 하면서  "그리하면 우리가 각각 은 천백 개씩을 네게 주리라"하고 약속했다.


        들릴라와의 사랑이 깊어가자 삼손은 그 배움들을 하나 둘 잊어 가고 있었다.  삼손의 힘의 원천을 알아내고자 하는 들릴라의 의지는 끈질기고 집요했다. 사랑에 눈이 멀긴했지만 삼손도 하나님과의 약속은 의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르지 아니한 새 활줄 일곱개로 나를  결박"하라고 했다가, 두번째에는 "쓰지 아니한 새 밧줄들로 나를 결박"하면 된다라고 했고, 세번째에는 "나의 머리털 일곱 가닥을 베틀의 날실에 섞어 짜면 되리라"고 하면서 그 때마다 거짓으로 둘러뎄다. 그 괴력의 원천인 비결의 강도에 대해서는 힌트만 줬을 뿐 진실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이러던 삼손도 들릴라가 "날마다 그 말로 그를 재촉하여 조르매 삼손의 마음이 번뇌하여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그녀의 꾐에 넘어가고 말았다.  삼손이 "진심을 드러내어 그에게 이르되 내 머리 위에는 삭도를 대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내가 모태에서 부터 하나님의 나실인이 되었음이니라.  만일 내 머리가 밀리면 내 힘이 내게서 떠나고 나는 약해져서 다른 사람과 같으리라" 하며 진실을 말해 버렸다. 하나님께서 굳게 지키라고 하신 언약 바로 그 비밀을 알려주고 말았다. 한마디로 천기누설이었다. 


        블렛세 사람들에 의하여  "머리털 일곱가닥"이 밀린 삼손은 힘이 빠져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붙잡히고 말았다. 이후 두 눈이 빠진 채 소처럼 놋줄에 묶여 감옥에서 맷돌을 돌리는 노예 생활을 했다.  블레셋 사람들의 큰 제사나 잔치 날에는 재주를 부리는 자로 불려 다녔다. 그의 삶은 이스라엘 지도자에서 나락 끝의 비참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어느 잔치날에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소서" 하였다. 그는  "집을 버틴 두 기둥 가운데 하나는 왼손으로 하나는 오른 손으로 껴 의지하고"는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 하고 힘을 다하여 몸을 굽히매 그 집이 무너져" 지붕위에 있던 남녀 삼천 명을 포함하여 그 안에 있던 모든 방백들이 죽었다. 이때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자 보다 많았다고 한다. 삼손은 그렇게 해서 죽었다. 


        예나 지금이나 말이 주는 교훈은 변함이 없다. 마음에 간직하고만 있어야 할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본인의 생사 여탈권이 타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찰나이다. 요즘이 선거 유세철이다 보니 가벼운 말 한 마디로 정치 생명을 잃는 이들이 많다. "늙으면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거나 "어린 학생들을 포함하여 삼백 명 이상이 생떼로 죽은 세월호"를 티끌 만큼의 공감도 없이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종국에는 정치 생명이 그것으로 끝난다.  우리 같은 필부도 한마디의 말을 하려면 삼사일언 하거늘 지도자가 되겠다는 자들의 입 무거움은 두말하여 무엇하랴. 밖으로 한 번 나온 말의 힘이 얼마나 센지 고금을 막론하고 그 가벼운 입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갈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삼팔광땅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