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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May 04. 2021

엄마의 시선

삐뚤빼뚤하지만 올곧은 나의 사랑

남들에겐 조숙한척하며 집에 와선 무뚝뚝한 사내애처럼 굴며 집을 하숙집처럼 여기며 지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십 대 초중반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옆에서 엄마가 울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외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의 엄마구나’

‘엄마도 엄마가 있었구나’

쓰다 보니 말 같지도 않은 우스운 말이지만 엄마도, 내 앞의 중년의 여자도 한때 누군가가 배 아파 낳은 외할머니의 소중한 딸이었으며 미래가 있었던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였다.


영화 ‘집으로’ 속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기사를 보고 영화를 다시 봤다.

어릴 때 엄마와 영화를 같이 볼 때 엄마가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겨운 영화고 재미없는데 왜 울어?라는 초등학생 딸의 물음에 외할머니가 생각나고 그 입장이 되어보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난 엄마를 힘들게 하면서 우린 함께 헤쳐나가기로 하며 좌절과 감사를 번복하였다. 작년 생애 처음 받는 전신마취까지 하는 큰 수술을 받으며 입원하는 내내 다 큰딸을 간호하는 엄마를 보며 나이를 먹어도 오늘내일 일은 모르며 불안과 걱정은 있구나 생각했다.

나도 점차 나이를 먹으며 엄마라는 여자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끼는 사람에게 한없이 주고 싶은 마음까지도.


대학생 때부터 엄마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서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면 엄마가 찍은 사진은 구도와 초점이 어긋나고, 수직 수평도 삐뚤빼뚤.

아이 이 할머니~라고 타박하면 서운한 표정.

아이고 내가 또 말실수를. 하며 반성한다.

물론 속으로만.

하지만 여행 다녀와서 사진들을 다시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참 좋다.

얼른 코로나가 사라져서 엄마가 계실 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이 깨달음은 브런치 첫 글로 엄마에 대해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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