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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May 04. 2021

겨우 말고 고작 서른

서른이 되기 전 스물일곱, 여덟, 아홉은 불안했고 서른이 되면 기념비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서른 살 생일에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 생일을 기념하였다. 그동안의 내 생일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축하한 생일을 보냈는데 더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삼십 대가 되면 많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똑같았다. 여전히 난 어리고 세상사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당장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며 각자 말 못 할 사정이 생기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말을 못 하니 간극이 생기고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말만 하는, 그저 나이만 많은 사람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불안정한 시절을 지나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생만 되면 만사형통 편한 줄 알았다. 이십 대에서 삼십 대가 되면 어른이란 생각에 안정적일 줄 알았는데 정작 삼십 대가 되어보니 애어른이 되어 있었다. 어른들이 교복 입은 학생 때가 제일 편하고 좋을 때야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정말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다니.

(공부와 운동은 하는 만큼 나오는 제일 정직한 일이다)

주변의 부모님 나이 때의 분들을 보면서 그 나이에도 여전히 고민과 불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인간은 태어나고 죽기 전까지 고통이란 굴레와 족쇄에서 못 벗어나는가'


'겨우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있는데, 마지막 부분엔 노점상을 하는 가족 이야기가 짧게 비춘다. 대화도 소리도 없는 짧은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드라마를 보면서도 재미없어서 빨리 스킵하기도 하고 충유빙(중국식 파 전병)이 궁금하여 검색도 했다.



하루하루 욕심내지 않고 서로 아끼며 사는 노점상 가족은 원하는 바가 뚜렷하고 욕심도 있는 겨우 나이가 서른인 주인공들이 원하는 삶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나온다. 

마음을 비우고 감사하자 라는 이 말은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으론 쉽게 되지 않는 말이다. 

꿈과 욕망을 쫓을수록 행복과는 멀어지고 시련을 만나는 삼총사 주인공과 결국 행복은 작은 거에서부터 오는 소소한 일상임을 보여주는 노점상 가족의 모습.


아무리 불안과 좌절이 찾아와도 일상의 행복을 잊지 말고 훌훌 털어내는 연습, 살면서 계속해야겠다.

  

'신이 계절을 만들어 놓으셨잖아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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