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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May 04. 2021

DANGER 홀릭

(건강에는) 위험해! 하지만 행복해!

웨인 티보 (Wayne Thiebaud)  

'디저트'와 '도시'를 주로 그리는, 달콤하면서도 단적이고 포근함을 그리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웨인 티보 작품 중에서 아마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디저트 관련 작품일 것이다.

웨인 티보의 작품을 많이 봐왔어도 별 감흥이 없었고 그저 소재와 색감이 예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 순간 달고 단 디저트에 눈을 띄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단 음식들로 풀었다.

어릴 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무던해 보였는지 넌 스트레스를 대체 뭘로 풀어? 넌 스트레스를 신라면 생으로  먹는 거로 풀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에 라면스프를 다 뿌린 빨간 신라면을 과자처럼 와그작와그작 많이 먹었다)

음식 좋아하고 잘 먹던 내가 섭식장애로 행복한 음식의 맛을 디저트로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확하게는 디저트에 눈을 띄게 된 계기는 대학교 내에 팔았던 바나나 푸딩을 맛보고 나서부터이다. 친구가 학교 안에 파는 바나나 푸딩이 맛있다며 뉴욕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파는 맛과 똑같다고 했다. 바나나 푸딩은 무엇이며, 매그놀리아? 

찾아보니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먹던 컵케익 파는 곳이었다. 컵케익을 팔고 바나나 푸딩도 파는데 현지 맛집에 관광객들이 줄 서서 사 먹는 곳이라고 한다. 뉴욕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여기를 들르지 못한 게 원통하다.

크림을 좋아하지 않아서 슈크림같이 크림 들어가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처음 바나나 푸딩이라는 것을 접하고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디저트를 좋아하다 보니 영국식 디저트, 프랑스식 디저트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케이크도 여러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전까진 단순하게 마카롱만 알았다면 이제는 에끌레어, 마들렌, 퐁당 쇼콜라, 휘낭시에, 오페라 케이크 등 어려운 이름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무궁무진한 디저트의 세계란..

예전엔 짠맛, 매운맛 같은 자극적인 입맛이었다면 다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한다고 하는, 달고 단 입맛으로 변해버렸다. 


아 마들렌이나 케이크 한입을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행복감이란..!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당장 내가 먹고 싶은 거 먹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 아닐까.



봐도 봐도 마음에 박히는 웨인 티보의 예쁜 케이크들.

음식 그림은 달콤하고 행복해 보이는데 정작 사람을 그린 그림은 정물 같은 묘한 느낌이 들어 크게 대비를 이룬다. 

특유의 선처리와 독특한 구도가 좋은 인물 그림.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는 것이 찐 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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