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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May 04. 2021

제각각 다른 구름모양처럼

육교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부야 위로도 당연하지만 밤하늘이 있었다. 환한 밤하늘이다.

나는 공허했다. 이유를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공허함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날 밤 확실히 공허했다. 하늘이 있어 정말로 다행이었다. 만약 하늘이 없었다면 사람은 공허할 때 어디를 봐야 하는 것일까?

- 마스다 미리의 <행복은 이어달리기> p.170에 나오는 내용 -



마스다 미리의 <행복은 이어달리기>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써져있다.


행복이란, 큰 행복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행복이 여러 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행복해, 오늘 카페에서 먹은 케이크가 맛있어서 행복해... 이렇게 매일의 작은 행복을 찾아 몇 번이든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눈앞의 작은 일을 건너뛰고 먼 곳에 있는 큰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행복도 그래요. - 마스다 미리



그동안에 근심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어깨가 처지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보고 걸었다. 나의 시선은 항상 위보다 아래를 향했다. 내 잘못도 크게 아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던 아무 일도 아닌 날에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예쁜 모양인걸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이 날에 구름을 보면 이 모양이고, 저 날에 구름을 보면 저 모양인 제각각의 구름 모양이 참 다양하단 걸 알게 되었다. 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날에는 우물 안의 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맑디 맑은 푸른 하늘이 숨어있었다. 동양화 같은 먹구름이 가득해 보여도 저 멀리 깊숙이 맑고 파란 하늘이 있는 것처럼 나도 저런 순간이 오겠지 하며 위안을 얻었다.

마냥 구름인 줄만 알았는데 구름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나도 구름처럼 예뻐 보이고 싶고 비교적 느리게 둥둥 자유롭게 떠다니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날이 화창하면 구름 사진 찍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렸다.

 

구름마다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 선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무얼 위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으며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먼 길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삼십 대가 되어보니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은 좋은 날에 해당한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큰 문제 안 생기고 마음 편히 잔 게 오늘 하루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마음에 안 든 일이 생길지라도 소소한 행복과 소소한 불행을 감싸 안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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