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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na Feb 22. 2021

아반떼, 아주 특별한 보통의 이야기

해마다 수많은 광고들이 제작되어 소비자와 만납니다. 우리가 만나는 그 수많은 광고들 중에서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눈에 띄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시간이 꽤 지나더라도 그 빛이 바래지 않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광고가 바로 그런 광고입니다.


https://youtu.be/xIP-QU04bI8

아반떼(AVANTE) 개발 테스트 영상 #07 종합편


이 광고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광고 중 하나입니다. 수년 전에 보았던 자동차 광고인데 꼭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광고를 보며 감탄하는 경우는 대개 자동차, 그러니까 담고 있는 제품 자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경우인데 이 광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탄을 자아내죠. 아반떼라는 제품을 떠나서 광고 자체가 가진 문법이 독특하다고 느꼈습니다. 나름대로 풀어서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아반떼가 속한 C세그먼트 차량 광고에서는 '동급 최초', '동급 최대'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가 동의하실 만큼 진부한 표현이죠. 동급 차량에 적용되지 않은 첨단기술이나, 동급 차량보다 아주 조금 넓은 트렁크나 좌석 사이즈, 동급 차량보다 아주 조금 높은 출력이나 연비를 앞서 언급한 진부한 단어들로 거창하게 홍보합니다. 그런데 이 광고 어디에서도 이러한 문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아가 이런 단어들을 없애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런 이야기까지 합니다.



'이 차는 특별한 차가 아닙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느껴지는 다소 역설적인 이 문장은 꽤 신선합니다. 모든 광고가 '내가 최고야', '나는 다르고 특별해'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외칠 때 스스로 자신을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광고.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특별하지 않은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반떼 구매를 고려하는 주 소비층은 대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나이, 동시에 본인 혹은 가정의 형편이 엄청나게 부유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리고 이 연령대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아반떼는 그리 특별한 차가 아니라는 것'을요.


이 광고는 위의 명제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인정한 그 특별하지 않음을 평범함이 아닌 새로운 '보통'으로 정의합니다. 이어서 이 새로운 보통을 아반떼라는 제품이 가진 이야기로 잘 빚어내어 몇 줄의 카피로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차량 개발 테스트 영상을 광고 소재로 선택한 것도 그 이야기를 잘 담아내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흑백으로 구성된 시퀀스나 배경음악 역시 광고의 이러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소수만이 누리던 가치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모두가 자동차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할 때 우리는 묵묵히 자동차의 평균을 끌어올립니다'


다소 비장하기까지 한 이 카피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앞서 말한 '동급 최대', '동급 최초' 따위를 아주 미려하고 정교하게 세련된 카피로 표현한 것입니다. '소수만이 누리던 가치들'은 이 차량보다 높은 세그먼트에 적용되던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고, 뒤에 이어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것을 우리가 아래 세그먼트의 차량에도 적용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광고에서 동급 최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광고 곳곳에는 당시 C세그먼트 차량에서는 첨단 사양이었던 '긴급제동보조시스템'이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테스트하는 장면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 녹여낸 슬로건 하나와 함께 광고는 끝을 맺습니다.


과연 아반떼가 슈퍼노말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읽으시는 분마다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죠. 그렇지만 이 광고가 기존의 광고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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