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따스한 군밤을 원한 사람들이 있었다
겨울 동화 속에 갇혀 있던 소년은
이들을 위해 기꺼이 밤나무에 손을 뻗어야 했다
먼저 온 눈처럼 떨어져 오는
설익은 푸른 밤송이
겨울만을 알았던 소년에게는
너무나도 쓰라린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소년 역시
군밤의 모락모락한 온기를 알아서
그래서 나무에 올랐는지 모른다
미련하게 뻗은 손도 필시 그러할 것이다
준비한 화톳불은 겨울 삭풍에 밀려나는데
가시 속에서 따스함을 바란 소년의 미련은
오지 않을 눈, 나그네 같이 온 삭풍을 품고
흐린 겨울 하늘, 그 너머 내걸린 초승달 따라
희게 눈웃음 지은 채로 굳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