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비록 해가 져서 어두워졌데도
하얀 입김을 호 내쉬면
김이 서릴 것 같이 하늘은 참 맑아
유리구슬같은 표면은 반질거리고
돋보기처럼 내리쬐는 햇빛에
내 두 손은 추운 겨울 발갛게 익었네
뜨겁고 시려워 그늘을 못 벋어나는 처량한 신세
그래도 밖을 바라보는 이유라면
저기 유원지에 누워 익어가는 사람들 때문이려나
아프진 않을까 저기서 웃어야 어른일까
우는 사람 없는 행복한 풍경은
참 보기가 두려워 다가가기도 쉽지 않고
아무에게도 말은 안했지만 사실
언제 한 번은 눈이건 비건 왔으면 좋겠는데
그늘 밖을 바라만 보는 날들이 늘어나
시간이 가면 초조함은 잠잠해지는 법이 없고
구름의 끝자락이라도 얼핏 비추이는 날이면
험한 목소리로 욕하기 바쁜 사람들에게서 표정을 숨겨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
뭉치고 뭉쳐서 거대한 성이 되어버린 구름이
세상을 회색빛으로 덮어버리는 그런 날을
하늘에서는 마침내 첫눈이 내릴 테고
내가 뿜어낸 입김으로 천장을 칠할 수 있을 텐데
꿈같기만 한 나날이 언젠가 오기는 하는 걸까
우산을 찾아 우르르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박사박 내리는 눈을 머리에 이는 상상을 해
날씨는 추우니깐, 날숨에서 입김이 나오니깐
언젠가는 내가 뿜어낸 저 많은 입김이
혹시 몰라 적란운이 되어주어서 우리 위를 뒤덮을지
그래서 세상에 눈이라도 한줌 내려줄지 간절히 바라고 바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