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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널스 Nov 10. 2022

미국전문간호사 첫주를 마치고

완전 처음입니다만...

'처음'이라는 단어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의 인생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마법같은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했을 지난 한주가 나에게는 무척 다이나믹 한 주였다.
전문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첫번째 주이기 때문이다.
나의 첫날을 응원하는 메세지가 쏟아지는걸 보며 잘할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직장구해준 우리오피스 전문간호사 프셉

딸친구 엄마로 만난친구

정신의학과 전문간호사

수면의학과 전문간호사

전문간호사 교회 오랜 친구
소화기과 미국전문간호사

월요일, 화요일은 방사선과/약국/랩/케이스메니저/코딩부서사람/인사과사람/텔레메디슨/직속매니저/총괄매니저 등등 스무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고 만났다. 미팅 중간에틈틈히 컴퓨터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화요일 오후에는 우리 가정의학과 총괄보스 M과 한시간 미팅이 있었다. M은 백인들이 90프로 넘는 이 동네에서 아이러니하게 유색인종이다. 몇달전 그와 인터뷰를 하며 유색인종으로 이 병원에서 일하는게 어떻냐고 물어봤었는데, 본인이 의식하지 않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니 환자들도 그냥 자기 피부색을 잊더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 나를 인터뷰 한 그 주에 다른 유색인종 의사를 인터뷰 하고 최종 고용했는데, 그 의사도 그때 나와 비슷한 질문을 하길래 놀랐다고 했다. 유색인종으로 일하며 압박을 받을수도 있는 동네에 살고있음을 감지했다고 한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자기가 어떻게 못하겠지만, 그렇지만 우리 병원안에서는 그런걸 거의 못느낄 거라며 다시한번 격려해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기 전에 압박이 가장 심하다고... 니가 일을 시작하고 어느 궤도에 들어가면 직장에서, 가정에서, 너를 모두 조여오고 그만두고 싶을만큼 압박받을 시기가 올거라고. 그 시기에 본인을 포함한 다른 동료 누구에게든 꼭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니가 불행하면 니 환자, 가족, 동료 주변사람 모두 불행할수 밖에 없고, 우린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엄청난 압박을 견디고 우주선이 우주로 나가면 자유가 되듯 너도 그 순간만 지나면 니 커리어는 우주로 날라갈거라고...

아무리 힘들다고 총괄보스에게 가서 징징하겠냐만은, 그렇게 말해주는게 고마웠다. 정말 리더처럼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책상위에는 내가 최근에 읽었던 start with why 책이 있었다. 그래서 그 책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 병원에서 만난 내 프리셉터들 얘기를 하며 내가 인복이 좋은편이라고 하니, M이 그건 니가 좋은 사람이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한쪽 벽면을 보니 낯익은 한국어가 보였는데, 그건 내가 한국에서 인터뷰를 보고 나서 보낸 땡큐카드였다. 본인이 격려가 필요할때 보는 컬렉션이라고 했다. 내가 쓴 카드에 진심이 담겨있어 받고 기뻤다고 한다. 대왕보스랑 1시간이나 무슨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나도 언젠가 저런 리더가 될수 있을까?

수요일은 차트 트레이닝을 받기로 된 날이였다. 그런데 자꾸 에러가 나고 꼬여서 차트 접근 권한도 받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차트 트레이너 B는 내 오피스에 나와있고... 접근권한을 받으러면 온라인 모듈을 마치고 보통 24시간이 걸리다고 했다. B는 오늘 못하면 다른날 약속 잡아야 한다고 압박아닌 압박을 주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IT팀이 내가 전날 다 마친 온라인 모듈을 리셋시켰다. 등뒤에선 B가 기다리고 있고, 수화기 넘어로는 IT와 얘기하면서, 한시간이 걸려 모듈을 다시 한번 풀었다. 그 이후에 차트 보안팀과 부서를 관할하는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차트 권한을 빨리 수속해달라고 전화를 돌렸다 (알고봤더니 이건 내 첫출근 전에 끝내놨어야 하는 건데 비서가 몰라서 안해놨어음). 상황을 지켜보던 B와 나의 오피스메이트 P는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다.

내 잘못이 없는데 꼬여버린 상황이 한시간동안 보는 사람들 마저 답답하게 만들었기에 IT와 전화를 끊자마자 "자... 이제 초콜렛 먹을 시간이야." 하니 다들 웃었다 ㅋㅋ 초콜렛 좋아하나? 가방에서 주섬주섬 초콜렛을 꺼내서 하나씩 나눠먹으며 B와 급친(?)이 되었다. 나보고 이렇게 빨리 보안수속이 된건 처음본다고 신기하다며ㅋㅋ persistent라고 몇번이나 말했다. ㅋㅋ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에 감동받은듯?!

비난 하는게 쉽지만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고, 불평할 수있었지만 고칠수 없는 과거를 붙잡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지에 초첨을 맞춰서 상황을 해결한 나 자신, 칭찬해. 미래지향적이였어!!

목요일 부터는 나의 오피스메이트이자 직속 상관의사 P가 환자를 볼때 쉐도잉 하기 시작했다. P는 이 병원에서 일한지 11년째인데, 꽤 좋은 명성을 갖고 있었다. 명성에 걸맞게 내가 같이 일해본 좋은 의사 탑 5에 드는듯... 굳이 단점을 찾자면 오피스에 문서와 신문을 쌓아놓는걸 좋아한다는것?

많이는 아니고 이정도...?
P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한번 하기로 하고...

참, 이날은 친구가 힘내라고 햄버거 배달해줬다.

파이브가이스 나이스가이

금요일, P와 함께 환자를 보며 어떤 플랜을 세울건지 얘기하고 중간중간 어떻게 노트 써야하는지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다 배운건데도 기억이 섞이고 내가 혼자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새하얘진다.�당장 다음주부터 환자를 보게될텐데, 쉐도잉만 하니 차트안에서 오더넣고 진단하는 workflow가 너무 헷갈려서 답답했다.

토요일,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오피스에 가서 컴퓨터 차트 공부하고 왔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하고싶은 마음이 드는건, 안개속을 걷는 느낌을 빨리 떨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완전 초보라 P가 나를 베이비처럼 돌봐주지만, 얼른 독립해서 환자수를 줄여주길 바라는 마음을 감지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미국 전문간호사 첫주 출근하는 새벽녘

이렇게 해서 다이나믹한 첫주가 지났다.
둘째주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힘든데 재미있는 이 마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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