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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민영화, 그 뒷이야기 23

유럽의 이단아, 영국

by 요아킴

2004년 1월 26일 오전, 공동연구단 일행은 런던에서 가장 큐모가 큰 그리니치대학으로 향했다. 세계 표준 시간대가 위치한 경도 0도의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바로 그 그리니치대학이었다. 이 학교에는 전 세계 공무원과 공기업 노동조합 연합체인 국제공공노련(PSI)의 연구소의 부속 사무실이 있었는데, 최용석이 프랑스의 페르니-볼테르의 PSI 본부에 갔다가 만난 PSI 연구소(PSIRU)의 데이빗 홀 박사를 만나게 됐다. 그때 최용석은 데이빗에게 한국의 민영화 관련 내용을 설명했고, 도움을 요청했다. 데이빗은 최용석에게 PSIRU의 에너지 분야 전문 연구자였던 스티브 토마스를 소개했고, 이후 최용석과 스티브는 밀접하게 정보를 주고받았다. 스티브는 당시 박사는 아니었지만, 서섹스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공동연구단이 유럽을 방문할 때 그리니치대학으로 옮겨와 교수와 PSIRU 연구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스티비는 연구단에게 그리니치대학의 PSIRU 사무실로 오라고 했고, 그래서 런던을 가게 됐다.

그리니치대학.jpg 그리니치대학 정문에서 바라본 학교 건물

오전 8시 30분경 연구단 일행은 고색창연한 그리니치대학에 도착했다. 대학의 모습은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을 연상하게 했는데, 돔 형식의 건물의 하부가 열주식 회랑으로 받치고 있는 그런 모양이었다. 이런 돔과 회랑은 쌍둥이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는데, 학교 내부로 들어가니 이런 형태의 건물이 모두 네 동이 있었다. 그리스식과 로마식이 뒤섞인 것 같은 건물은 나중에 설명을 듣고 보니 1890년대에 세워졌다고 했다. 마치 박물관과 비슷한 대학 캠퍼스를 따라서 스티브가 미리 설명해 준 사무실로 찾아갔다. 네 동의 건물 중 가장 뒤쪽 오른편 건물에 스티브의 사무실이 있었고, 현관에서 전화를 하니 잠시 후 스티브가 직접 내려왔다. 전형적인 영국인 얼굴이랄까, 검은 머리에 단정하게 생긴 스티브는 턱수염을 기른 상태였는데, 만약 수염이 없었다면 유명한 미국 드라마 레밍턴 스틸과 영화 007의 주인공이었던 피어스 브러스넌과도 약간 닮았다고 느끼게 하는 외모였다. 물론 본인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토마스.jpg 친구가 된 스티브 토마스. 한국에도 3번 옴

스티브는 일행을 안내해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일행이 다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돼 있었고,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프로젝션과 스크린도 이미 준비돼 있었다. 데이빗 홀 박사가 회의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와서 반갑게 최용석과 인사했다. 회의실 내부에는 대여섯명 가량의 젊은 남녀가 있었는데, 이 학교의 대학원생들이라고 했다. 스티브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연구단이 온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참여했다고 스티브가 설명했다. 스티브는 연구단 일행과 일일이 인사를 하고, 오전 2시간 동안 자신이 진행할 회의 순서를 미리 설명했다. 먼저 전력산업의 경쟁에 대한 발표를 하고, 이어서 영국 전력산업의 시장화와 경쟁에 관련한 내용을 발표한 후, 마지막으로 시장규제에 대해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마치 워크샵이나 발표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 방문기관 중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내용을 준비한 기관은 처음이었다. 스티브의 설명을 들은 이근석 단장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공동연구단 대표의 인사말로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에 고맙다고 하면서, 구조개편의 진원지 영국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겠다고 했다.


스티브의 첫 발표에서 영국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결과를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제외한 잉글랜드 지역의 발전회사를 세 개로 나눴고, 지역독점 배전회사 10개를 민영화했는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자력회사는 경쟁에서 밀려 파산상태로 다시 국유화됐고, 발전회사 두 개는 모두 독일계 전력회사가 인수했으며, 배전회사는 7개로 재조정된 후 그중 2개는 프랑스의 국영기업 EDF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등, 한마디로 엉망이 됐다고 했다. 물론 발전과 배전부문에서의 경쟁 과정에서 요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영국의 전력산업 상당 부분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스티브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요금인하 효과는 경쟁이 아닌 발전연료가 석탄에서 북해산 천연가스로 바뀌면서 나온 것이며, 만약 민영화와 경쟁이 없었다면 전기요금은 더 떨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 전력회사의 소유권 변동 문제를 더 자세히 설명했다. 핵심은 독점이던 전력시장이 개방되자 미국에서부터 펀드를 비롯한 자본이 영국을 공격했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했던 잉글랜드의 전력회사들이 차례로 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고 했다. 월스트리트를 대표로 하는 미국 자본의 특징은 기업의 가치를 올려서 재빨리 되팔고 시장을 떠나는 것이라서 처음부터 영국의 전력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의지 자체가 없었다. 미국 자본들은 매물로 나온 발전회사와 배전회사를 인수한 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린 후 더 높은 값으로 팔고 영국을 떠났다.


자유화 과정에서 북해산 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발전소 건설도 자유롭게 진행됐다. 석탄발전소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산유국 영국이 생산한 천연가스 발전소가 시장을 장악했던 것이다. 같은 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할 때, 평균적으로 가스발전소는 석탄발전소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공해처리 시설도 단순해서 운영비가 적게 든다. 발전소 운영인력도 상대적으로 적기에 당연히 수익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미국 투자자들은 건설이 손쉬운 가스발전소를 2년 만에 건설하고 수익성을 높인 다음 영국을 떠났다. 이들이 영국에서 발전소를 가동한 시간은 3년이 채 안된다고 했다. 이들을 기존 대형 발전회사와 구분해 독립발전사업자, 즉 IPP라고 불렀다.


배전회사를 인수한 투자자들 역시 공급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싼 전기를 시장에서 사서 소비자들에게 팔았고, 수익성이 높아지자 금방 매각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미국계 자본이 떠난 영국으로 프랑스와 독일 전력회사들이 들어와서 주인이 됐다. 영국을 떠난 미국 자본이 간 곳은 영국식 민영화를 따라 했던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캐나다였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티브는 경쟁체제의 유효성과 규제에 대해 설명했다. 앞의 발표에 이어 스티브는, 전력과 같은 필수공익사업은 시장에 맡겨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매우 위험하며,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미국에서 자유화를 반대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했던 말과 같았다.


한 시간 정도 계속된 스티브의 발표가 마무리되자 많은 질의와 응답이 오갔다. 노조 측 위원들은 스티브의 발표에 대부분 동의하므로 이를 뒷받침하거나 확인하는 식으로 질문을 했고, 정부 측 위원들은 스티브 발표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근석 단장은 먼저 원자력회사였던 브리티시 에너지가 왜 파산했는지를 물었다. 한국에서의 상식은 원자력발전이 연료비와 운영비가 더 싼데 왜 경쟁에서 패했는가가 궁금했다. 스티브의 답변은 간단했다. 영국, 특히 잉글랜드에서는 석탄과 원전의 발전단가가 서로 비슷했다. 잉글랜드의 원자력발전이 많이 낡았고 이에 따라 운영비가 많이 들었다. 석탄은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산을 사용했기에 원전보다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두 연료 사이에 가격차이가 별로 없었다. 원전이 효율성이 높은 반면 석탄은 해외에서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한국과는 사정이 달랐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석탄과 원전보다 값이 싼 가스발전소가 늘어나자 시장에서의 승자는 가스발전이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스 역시 LNG로 수입해야 했기에 가격이 영국의 천연가스에 비해 훨씬 비쌌다. 어찌 보면 가스, 석탄, 원전 사이에 진정한 가격경쟁이 영국에서는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료비가 원전, 석탄, 가스 순서로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영국식 시장이 불가능했다.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한 결과가 한국의 기형적인 전력시장이었다.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토론에서도 스티브는 완전한 실패를 선언했다. 영국식 전력시장은 모든 거래를 풀시장이라고 불리는 도매시장에서 해야 했는데, 실제로는 발전회사와 배전회사가 비공개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일반적인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이 오르내리며 가장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는 그런 시장이 애당초 영국에서도 안 돌아갔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자, 연구단 교수들은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영국식 풀시장이 애당초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이런 설명을 듣자 김창석 교수가 질문했다.

“그럼 영국에서 시작한 풀시장은 기능이 하나도 없었나요?”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체 전력거래 물량의 약 10% 정도는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됐지요.”

스티브의 답변이었다.


“그럼, 나머지 90% 정도는 어떻게 거래된 건가요? 그리고 시장이 무슨 역할을 했나요?”

김명자 교수의 질문이었다.


“풀시장은 일종의 인덱스 마켓이었지요. 즉, 어느 정도의 전기가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능은 했습니다. 하지만 발전회사와 배전회사는 이런 실시간 현물시장에서 전기를 사고파는 게 불안했지요. 전기는 다른 상품과 달라서 발전기를 돌리다 못 파는 전기를 어디 쌓아 뒀다가 내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생산 즉시 내 전기가 팔려야 발전소를 가동합니다. 배전회사도 마찬가지지요. 고객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려는데 당장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가 부족하면 어떻게 합니까? 정전이지요? 그래서 발전회사와 배전회사는 서로 장기계약을 맺어서 일정한 가격으로 일정한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를 가리켜 쌍무계약이라고 합니다.”

스티브의 거침없는 답변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위험을 피하는 행동, 즉 헤징은 기업의 기본입니다. 전기처럼 저장도 안 되는 서비스를 현물에서 입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영국 전력시장은 외형상으로는 현물시장이 있지만 실제로는 쌍무계약으로 거래합니다. 시장의 실패입니다.”


“그런데 왜 영국식 구조개편이 성공이라고 하지요?”

문재송 과장이 물었다.


“글쎄요, 저의 입장에서는 성공이 아닌데요. 아마 시장을 설계하는 컨설팅 업체들과 금융계에서는 이를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실제로 성공인지는 모르겠네요. 한 회사가 하던 일을 여러 회사로 쪼개고, 시장을 만들고 하면 운영비와 거래비용만 늘어나는 거 아닌가요? 저도 경제학 전공자지만 경제학자들의 일종의 장난 아닌가 합니다.”

스티브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미소를 띠고 말을 계속했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자유화에서 누가 승리자인가입니다. 민간기업들은 대량으로 전기를 쓰는 대기업에는 전기요금을 깎아 줍니다. 요금 체납이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선불요금제를 강요합니다. 편의점에서 선불카드를 사서 집에 달린 계량기에 금액을 입력해야만 전기가 들어오는, 그런 잔인한 방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영국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가 이런 식으로 전기와 가스를 마음대로 사용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입니다. 과거 공기업이 전력산업을 독점할 때는 이 정도로 심한 차별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유화는 구매 능력이 큰 사람에게는 천국이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지옥입니다.”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 있지 않나요? 영국은 사회보장제도에서는 선진국인데요?”

이병호 교수가 사회학자답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있기는 합니다. 저소득층에게 에너지 가격을 충당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게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소득을 나누는 기준도 애매하고. 그리고 저소득층을 구분해서 보조금을 준다는 자체가 일종의 사회적 차별 아닌가요?”


스티브의 주장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결론적으로 민영화를 전제로 한 자유화는 양극화를 불러왔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은 또 다른 차별이며, 결국 이 정부의 보조금 자체가 세금에서 나온다. 어쨌든 과거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 전기요금은 조금 떨어졌지만, 이는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소득이 낮을수록 차별을 받는다. 총체적으로 비용은 올라간 셈이다. 그렇다면 이 초과 비용은 누가 가져가는가?


스티브의 성실한 발표와 그의 논점, 그리고 토론에서의 진지한 태도는 자유화 찬반을 떠나서 연구단 일행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영국인 특유의 점잖은 화법은 미국인들에게서 봤던 직설적이고 다소 공격적인 태도와는 많이 달랐다. 최용석은 스티브의 억양도 마음에 들었다. 이게 영국식이구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처음 작문 시간에 리포트를 내고 난 후 돌려받을 때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빨간색 표기가 있었다. 물론 영어 자체가 서툴기도 해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일부 맞게 쓴 단어에도 표시가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교수의 답변은 놀랍게도 최용석이 쓴 단어 표기가 영국식이라서 틀렸다는 것이었다. This is Queen’s English. 어이가 없어서 그게 진짜 틀린 게 맞냐고 따졌다. 영국식이든 미국식이든 영어는 영어 아닌가? 아니면 차라리 영어라 부르지 말고 아메리칸이라고 부르든지. 그 교수의 답변은 한발 물러선 것이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그때부터 미국식 단어나 문법, 화법에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영국에 오니 영국식이 더 어울려 보였다. 스티브와의 인상 깊은 토론이 끝나고 식사도 같이 했다. 사전에 최용석이 스티브에게 점심 식사를 제의했고, 스티브는 흔쾌히 동의했다. 식탁에서도 연구단과 스티브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니치대학을 떠난 일행은 정부가 섭외한 구조개편 컨설턴트 카메론 멕케나와 오후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가 근무하던 회사의 회의실에서 주로 영국의 새로운 전력거래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네타(NETA) 대한 논의가 주로 진행됐다. 네타는 영국이 전력 풀시장에서의 거래 자체의무를 없애고 전력회사들의 현실을 인정, 쌍무계약을 완전 자유화 했던 새로운 시장거래 기준이었다. 이는 당초 영국 정부의 전력시장 설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영국식을 따라 하려던 다른 나라들에게는 당혹감을 안겼다. 멕케나도 최초 영국식 자유화 모델이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이를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컨설턴트들의 뻔한 변명이었다. 제도를 계속 바꾸고 시장규칙을 보완할수록 자신들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사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과의 토론은 무의미했다. 자신들의 실수는 인정하는 척하면서도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다. 결국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소비자의 부담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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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27일 영국 공공노조 UNISON과의 토론도 비슷했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크고 강한 투쟁력을 가진 노조이기에 자유화와 민영화에 대해서도 입장이 완고했다. UNISON은 특히 구조개편 후 전기회사들 상당수가 독일과 프랑스로 소유권이 넘어간 것에 대해 불만을 토했다. 유럽대륙에서 항상 한 발 떨어져 적당한 고립을 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대륙의 세력 균형을 위해 참견하는 영국인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들은 민영화로 줄어든 일자리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지적했고 일부 전기요금 하락은 이런 구조조정 덕분이라고 했다. 국영 탄광 폐쇄와 석탄발전소 퇴출, 그리고 인력감축으로 생긴 이익은 모두 외국 자본가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면서, 한국에서 영국식 구조개편이 벌어져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영화, 구조조정, 고용 하락, 그리고 외국 투자자들의 수익 증가, 이것이 자유화의 결과이라는 것이었다. 항상 근본적인 질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누가 이익을 보는 것인가를. 많은 경우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세상을 설계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기본을 잊지 말자.


이틀간의 영국 일정을 마무리하니 주말이 찾아왔다. 그리고 연구단 전체에게는 꿀 같은 휴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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