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불면의 밤
12월 3일, 하나뿐인 내 동생의 생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금없는 계엄령과 현직 대통령의 일탈행위로 거의 모든 국민이 그랬을 것이다. 이후 아직까지 나라는 혼란 그 자체이다. 집권당은 자기 당 소속의 현직 대통령의 돌발적인 행동에 잠시 당황했지만, 결국 그와 함께 운명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 대통령의 복귀를 원하며 계엄은 불법이었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주장으로 지금도 버티고 있다. 국회 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거대 야당과 소수 야당들은 대통령의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탄핵을 밀어붙였다.
계엄 당일 순식간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와 한발 늦은 군인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그들이 국회를 지켰고 공화국을 지켰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권이 없다. 그런데 군대의 진입과 국회의원의 체포를 명령했다. 불법이다. 재빠르게 모인 야당의원들은 일부 집권당 의원들과 힘을 합쳐 계엄령의 철회를 의결했다. 대통령은 본인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할 수 없이 국회의 의결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도는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경고 차원의 계엄령이라고 했다. 계엄령을 경고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기억이 없다. 그리고 국민들은 10여 일 동안 대통령의 탄핵을 거리에서 외쳤고, 우여곡절 끝에 탄핵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거리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신기한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나의 대학 시절의 화염병과 최루탄, 그리고 운동가가 아닌 응원봉과 K-POP이 집회를 지배한다. 축제와도 같다.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를 현장에서 배우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계엄을 준비한 사람들은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미국도 깜짝 놀라고 반대하는 계엄령을 보수라는 사람들은 찬성한다. 우스운 것은 이들의 집회에 성조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이든도 격노했다고 하는데 왜 이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올까 몹시 궁금하다.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권한대행 자리에 오른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미루다 야당 주도의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국회는 대통령과 그의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하려 한다. 국무총리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관료로 역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것을 뻔히 알기에 그는 야당의 탄핵을 유도하고 뒤로 숨었다. 매우 비겁했다. 그의 뒤를 이은 경제부총리에게 공이 넘어갔지만, 그 역시 탄핵을 당해 도망가기를 원할 것이다. 거리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린다. 어지럽다. 현재 여론은 탄핵 찬성이 70%, 반대가 20% 정도라고 한다. 이 혼란이 언제 끝날지. 무능한 정부가 무너뜨린 경제는 바닥을 드러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떠났다. 경제 10위권의 강국이자 민주주의를 확보했다고 여겨졌던 대한민국은 이제 제3세계 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쓰러졌다. 근무 중 사무실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했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째 의식불명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 만난 같은 나이의 입사 동기였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급하게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그의 사고는 충격이었다. 의식불명이 얼마나 갈지 의사도 모른다고 한다. 기도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눈물이 난다.
어제, 전라남도에서는 여객기가 추락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국적기 최대 사고라고 한다. 속보로 나오는 소식이 비현실적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12월 3일 계엄령 선포의 속보도 어이없고 초현실적이었는데, 어제의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뜬금없는 계엄령, 친구의 쓰러짐, 비행기 사고.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믿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이다.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