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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혁명의 가운데 있는가?

by 요아킴


흔히 우리나라의 현대 역사 발전을 압축적이라고 한다.

1945년 국권을 되찾은 후 미소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단에 이르렀지만

내부적으로 생긴 분열이 오히려 더 큰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남한에서 이승만이 아닌 김구가 정권을 잡았고

북한에서 김일성이 아닌 다른 독립운동가가 권력을 잡았다면

38선으로의 분단도 없었을 것이고,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김일성의 오판으로 발생한 한국전쟁은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문제는 남한에서 친일세력의 청산을 막았다는 데에도 있다.

일본 육사를 나오고 일본 공무원이 돼서 시대에 영합해 개인의 출세만

쫓던 친일파들이 반공투사로 변신했다.

그들은 친일로 쌓은 권력과 재산을 반공으로 지켰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류층,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런 친일과 반공을 통해 정치와 경제의 권력을 세습해 왔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매우 해괴한 이유로 비상게엄을 선포했다.

그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두가 다 안다.

해외에서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 의한 갑작스러운 게엄에 놀랐고

이를 즉각 해제시킨 국회의 반응에 놀랐고,

국회로 몰려온 게엄군을 저지한 시민들의 응집력에 가장 많이 놀랐다.

그리고 사유야 어찌 됐든 민주적 회복력, 즉 Resilience에 감탄했다.

회복력이란 어떤 작용으로 상황이 잘못 됐을 때 이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힘을 말한다.

외신들이 “민주주의의 회복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계엄 선포가 잘못됐고, 이를 무력화시킨 시민과 국회의 힘이 정상적이라는 말이 된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말로 들린다.

하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계엄이 헌법을 위반한 위헌인가 아닌가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의 행동이 정상적인 권한의 범위를 지난 내란이 아닌가를 다루는

사법적 절차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군사경찰 등 대한민국의 사법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대통령의 계엄령을 따른 공무원과 군인들을 체포했고

서로 공을 먼저 세우려 경쟁을 벌인다.

죽어가는 권력을 향한 이들의 목따기 경쟁이 역겹다.

하지만 이는 어차피 가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헌법을 어기고 법률을 어긴 것은 분명할 것이므로.

혹자는 말했다, 이번이 해방 이후 하지 못한 역사적 심판의 기회라고.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부추기고 그 뒤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라고.

이승만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하면서 생긴 이 부패한 구조에 대한

심판의 길이 열렸다고.

잘 모르겠다.

이번 계엄 사태가 과연 그런 방향으로까지 도달할지는.

너무 큰 기대는 그만큼의 실망을 남긴다.

이미 전직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또 다른 탄핵이라는 과제 앞에서

걱정이 앞선다.

시간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앞에 멈춰 있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서 전직 대법관이 체포 대상에 있기에 판사들이

무척 화가 났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 법관들도 계엄령의 위헌성을 쉽게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된다.

그 이전에 대통령을 형법으로 심판하려는 검찰, 경찰, 공수처도 날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은 관저에 숨어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찬반 데모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이어지고 나라가 거들 난다.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대통령의 비겁함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

잔인한 겨울이 지나고 밝은 날이 올 것인지,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파면될지,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계엄이 정당했다는 평가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대통령은 비겁하다는 것이다.

관저에서 경호관들 뒤에 숨지 않고 떳떳이 나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모든 조사를, 수사를 받겠다고 약속했는데.

많이 아쉽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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